검찰이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맡았던 신용한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벌였다. 그는 대선 당일 캠프 전략 회의 자리에 자체 여론조사 결과가 담긴 ‘명태균 보고서’가 올라왔다고 폭로, 더불어민주당 공익제보 보호 2호로 지정된 인물이다. 최근 윤 대통령 부부를 고발한 시민단체 대표를 소환 조사한 데 이은 조처로, 이로써 대선 여론조사 무상 제공과 공천 개입 의혹 등을 파헤치는 데 집중하는 모양새이다.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맡았던 신용한 씨. 김용구 기자

신 씨는 21일 오전 9시5분께 창원지검 앞에 멈춰 선 차량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서다.

이내 취재진에 둘러싸인 그는 “(각종 의혹으로) 몇 달 동안 시끄러운 데 (여권에서) 한마디도 못하는 상황이 이상해 창고에 넣어둔 외장하드를 2년 반 만에 꺼내보니 미래한국연구소가 만든 여론조사 회의 자료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이 메신저를 공격하거나 (증거를) 오염시키려고 하는 데 객관적인 증거 자료와 기계적인 부분은 아무리 공격해도 변함없다”며 “경험, 기억에도 근거해 소상히 말하고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보고서를 다른 곳에서 받았을 확률이 있냐’는 질문에는 “제로”라고 답했다.

대선 당일 회의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파일을 보기 전과 후에 회의가 있었고, 특히 두 번째 회의에는 ‘긴급 회의’라고 분명히 적혀 있다”고 언급한 뒤 건물로 들어섰다.

미래한국연구소 부소장인 강혜경 씨는 그간 명 씨가 22대 대선 과정에서 당시 윤 후보자를 위해 81차례에 걸쳐 3억75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해준 뒤 그 대가로 김건희 여사와 친분을 이용해 김영선 전 의원의 보궐선거 공천을 도왔다고 주장해 왔다.

신 씨와 강 씨 주장대로 윤 대선 캠프가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를 활용했고, 또 그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면 윤 대통령에게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적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지난 15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명 씨 등을 구속한 데 이어 같은 날 여론조사 기간인 PNR(피플네트웍스리서치) 서울 사무실에 수사관 등을 보내 자료를 확보했다.

여기다 지난 19일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상임대표도 불러 조사를 벌였다. 그는 대통령 부부와 유력 정치인 등 공천 개입 의혹에 거론되는 11명을 고발했다.

그는 출석에 앞서 취재진에게 “선출직 공무원인 대통령이 당선 전 부정 청탁을 받고 여론조사 비용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선거에 활용한 뒤 당선 후 그 청탁을 실행했다면 ‘사전뇌물에 의한 수뢰 후 부정처사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은 이날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과 명 씨 측에 총 2억40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진 예비후보자 2명을 불러 3자 대질 신문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이들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B 씨는 공천을 바라고 돈을 건넸다고 진술했으나 A 씨는 미래한국연구소 운영 자금을 빌려준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소장은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소유주인 명 씨 지시를 받고 이들에게 돈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오는 22일 구속된 명 씨 등을 불러 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