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시멘트 업계도 울상이다. 부산지역 시멘트 업체의 매출이 예년보다 절반 이상 급감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다.

건설경기 한파로 시멘트 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21일 부산 사하구의 한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21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시멘트 출하량은 연초 예상치인 4400만ｔ 수준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시멘트 총 출하량은 5000만 ｔ 이상이었다. 업계는 내년에도 4000만ｔ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부산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향토기업이자 지역 시멘트 유통의 20%를 책임지는 부경시멘트(사하구)는 올해 매출이 평년 대비 50% 이상 줄었다. 이 업체는 과거 한 달 평균 1만3000ｔ의 시멘트를 판매했으나, 현재는 6000ｔ에 불과하다. 회사 관계자는 “내년부터 건설 물량이 아예 없어질 것이라는 얘기가 업계에 돌고 있다”며 “과거에는 경기에 따라 판매량이 줄어도 10% 정도였는데 올해는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전했다.

부산의 대표 시멘트 제조업체인 쌍용C&E(사하구)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강원도 동해나 영월 공장에서 만들어진 시멘트를 가져와 완제품을 파는 이 업체는 출하량이 전년 대비 20% 넘게 감소했다. 강원도 삼척 공장에서 제조한 시멘트를 가져오는 삼표시멘트 부산사업소(서구)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킬른(시멘트 원료를 만드는 가마) 7기 중 5기만 가동하며 수급 조절에 나서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남은 5기도 순차적으로 가동을 줄일지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시멘트를 운반하는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업계도 덩달아 일감이 줄었다. BCT 운전사 김정우(50대) 씨는 “예전에는 하루 10시간가량 차량을 운행했는데 요즘은 5시간 정도로 줄었다. 일감 부족으로 집에서 대기하는 시간이 많다”며 “월 400만 원을 벌어도 수중에 100만 원도 남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지역 업계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업계 부활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있지만 이마저도 변수가 많다. 쌍용C&E 관계자는 “내년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시작되면 숨통이 트일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전반적인 국내 건설 경기가 워낙 나빠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