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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65> 일본 철도동호회 회원 타노시로 다카시(田野城 喬) 씨

70대 일본인 교류의 삶으로 활력 “韓 좋아 200차례 찾았죠”

  • 고영삼 인생이모작포럼 공동대표
  •  |   입력 : 2024-12-10 18:42:38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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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 판매점 가업 이어받아
- 아내 신장 이식해 준 뒤 은퇴
- 봉사·골프·온천 등 바쁜 일상
- 철도동호회서 코레일 견학도

- 韓문화 흥미 생겨 한국어 공부
- 40대 땐 한일양국 교류 주관도
- 가족·친구 함께하며 행복 느껴


◇ 타노시로 씨의 인생이모작 귀띔

- 신뢰를 지키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외국 사람들은 인생이모작을 어떻게 보낼까? 초장수 시대는 우리만 당면한 문제가 아니기에 이러한 의문을 품게 된다. 둘러보면 우리만큼 단기간에 초고령화 사회로 가지 않은 곳도 있고, 저출산 문제와 별개로 초장수 시대로 가는 곳도 있다. 이번에는 부산과 한국을 자주 방문하며 교류해 온 일본인을 만났다. 우리를 좀 돌아보게 한 그를 부산 자갈치시장에서 활어회를 놓고 마주 앉았다.
타노시로 다카시(앞줄 가운데 붉은셔츠) 씨가 철도동호회 활동의 일환으로 일본 ‘명지철도’를 견학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에 서 있는 사람은 기관차의 설명원이다.
-부산을 자주 방문하신다고 들었어요. 지금까지 얼마나 방문하셨나요?

▶1984년 부산을 방문한 이후 지금까지 200번 정도 부산과 서울을 방문했습니다. 처음 방문했을 때 부산대 박물관과 경주의 고분이나 불국사에서 매우 감격했었어요. 이곳 자갈치시장에도 왔었는데, 활어를 보고 아주 신기했어요. 일본의 초밥집에서는 살아있는 물고기를 볼 수 없거든요. 제게 한국은 왠지 친근했고 늘 그리웠습니다.



-어떤 계기로 한국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셨나요?

▶1981년 35살 무렵이었습니다. 하던 사업도 순조로웠고, 아이들도 잘 자라주니 노후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우연히 한국어 공부를 할 수 있었어요.



이번에 만난 이는 일본인 타노시로(田野城) 씨다. 현재 78세이니 경제활동으로서 ‘한 번 더 현역’을 지속할 연배는 아니다. 그러나 생애주기상 노인기로 접어드는 이분의 사례를 통해 고령화가 일찍 시작된 일본의 인생이모작 문화를 알아보자.



-35세에 노후 준비를 생각하셨다니, 매우 빨랐군요. 젊은 시절 어떤 일에 종사하셨나요?

▶저의 부친은 오사카에서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던 중 2차세계대전 때인 1945년 3월 13일 심야에 미군의 공습을 받았습니다. 결국 교토로 이사를 했는데, 마침 전후 호경기와 여행 붐이 일어나면서 35㎜ 카메라 등도 잘 팔려 사업을 아주 크게 확장하셨어요. 1946년 태어난 저는 일본의 부흥기에 어린 시절을 보냈죠. 그리곤 대학을 졸업한 후 큰 카메라 판매사에 입사해 경험을 쌓은 후, 카메라 판매점을 물려받아 2016년 그러니까 70세까지 종사하고서 아들에게 물려주었습니다.



-그러면 한국과는 어떻게 교류를 하셨나요?

▶한국의 문화에 대해 흥미가 생겨서 처음에는 한국거류민단에서 운영하는 한국어 교실을 다녔어요. 그러다가 도시샤(同志社)대학 니시오 아키라(西尾 昭) 지도교수께서 유학생 중 우수한 분이라며 박명흠 씨를 소개해 주시더군요. 한국어를 많이 배운 계기가 되었고, 부산발전을 위해 큰 일을 많이 하신 박명흠 교수와 는 30년 넘도록 가족들도 왕래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200번이나 한국을 방문하셨나요?

▶저에게는 같은 듯 다른, 또 다른 듯 유사한 한국문화가 재미있더군요. 그래서 시간만 나면 저 혼자나 가족, 그리고 다양한 친구와 동호회 회원들을 데리고 왔죠. 더구나 1987년, 41세 때 설립된 교토아시아태평양우호협회의 사무국장을 맡게 되어, 한일 양국의 청소년 대학생 사업가들의 교류를 주관하기도 했어요. 특히 부산에 있는 부산한일문화교류협회와는 자주 교류해 양국 간의 우호를 증진했습니다.



한국을 이렇게 200번이나 방문해 온 그의 일상은 어떠할까? 미셀 마페졸리는 개인의 일상생활은 정치경제의 큰 구조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선험적 이론으로 포섭되지 않는 미세한 영역이라고 했다. 앙리 르페브르가 말하는 소외나 버트런트 러셀의 행복이 교차할 수 있는 그의 일상을 더 들어보자.



-칠십대 후반의 생애전환기를 보내는 일본인의 일상이 궁금합니다. 지난 한 주를 어떻게 보내셨나요?

▶월요일에는 아내의 친구 부부가 찾아왔기에 음식점에서 식사하며 즐겼습니다. 화요일에는 친구와 골프를 치러 갔죠. 그중 한 명은 한국어 교실을 같이 다녔던 친구예요. 수요일에는 다친 어깨를 고치기 위해 정형외과에 가서 재활치료를 했습니다. 목요일은 또 골프였어요. 금요일은 오랜만에 아무 일도 없는 날이라 방을 정리했어요. 토요일에는 손자의 피아노 발표회와 자위대의 음악회에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5년 전부터 매일 7000보를 걷고 있으며, 날마다 신문을 보고 또 온천욕을 합니다. 이렇게 저의 이모작은 매우 바쁩니다.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나 봐요?

▶제겐 세 종류의 친구가 있어요.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의 친구와는 골프나 식사 모임을 주로 하죠. 라이온스나 로터리 클럽 등 봉사 단체에서 맺어진 친구도 있습니다. 저는 철도동호회 동료들도 소개하고 싶습니다.



-철도동호회는 생소하군요. 어떻게 활동하나요?

▶20대 청년부터 90대까지 활동하는 동호회입니다. 1956년 설립된 도시샤(同志社)대학 철도동호회는 OB까지 300명이 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합니다. 현재 40명 정도의 우리들은 시대에 겁먹지 않고 기차와 철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서 21세기를 사는 즐거움을 공유하고 있지요. 지난번에는 전국에서 교토로 모인 회원들과 철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또 지난달 30일에는 동호회의 OB들이 우리집에 와서 놀았습니다. 한국에도 견학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을 견학해요?

▶2006년 2월에 코레일 부산기지를 견학했었죠. 한국에는 우리와 같은 철도동호회가 없기에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하셨지만 곧 이해하셔서 안내해 주시더군요. KTX의 승차감도 검증했었어요.



동호회 활동을 하는 이는 알지만 여가는 무료감을 해소하는 이상이다. 여가사회학자 카플란은 여가는 집단활동을 통해 생활의 위엄을 찾는 계기라고 했다. 그래도 실제 인생 최후의 자아실현의 기회일 수 있는 여가 종목을 철도와 기차에서 찾은 것은 참 흥미롭다.



-일본의 중노인들은 어떤 취미생활을 많이 합니까?

▶한국에는 등산을 가는 중노인이 매우 많더군요. 일본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라 놀랐어요. 일본에서는 운동뿐만 아니라 유화나 수묵화와 같은 그림그리기, 하이쿠(俳句)나 가라오케, 클래식이 인기 종목입니다. 그리고 고담(古談), 만담도 큰 인기입니다. 골프장 가는 중노인 부부도 늘었어요.



-한국인의 인생일모작은 경쟁적으로 노력하는 분위기인데 일본은 어떤가요?

▶일본인도 발전을 위해 많이 노력합니다. 하지만 일본에는 ‘신은 세밀한 곳에도 깃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남에게 보이지 않더라도 노력해 자신이 속한 조직이 더 발전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죠. 한국과는 약간 다르죠. 그리고 은퇴 후에는 신분이나 직급에 무관하게 친구처럼 지냅니다.



-이제까지의 생애에 힘든 것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경제적으로는 어렵지 않았지만, 아내에게 신장 질환이 발견되었을 때 힘들었죠. 고심 끝에 제가 저의 신장을 이식해 주었습니다. 65세 때 대지진이 있던 해였고 손녀가 태어나던 해였습니다. 그를 계기로 저는 은퇴를 준비했었고, 그 5년 후 일에서 손을 놓았습니다. 그 후 아내가 약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제가 매일 아침 식사를 준비해 아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립니다. 아침 식사가 끝나면 설거지나 빨래를 하지만 이것은 저의 행복입니다. 아내에게 말한 적은 없지만, 저는 아내가 젊은 나이에 시집와주고, 부모님을 모셨고, 아이들을 낳고 잘 키워주었으니 훈장을 주고 싶습니다(웃음).



힘들었던 일을 묻자, 그는 감사한 일을 떠 올렸다. 아내를 이렇게 화끈하게 칭찬하다니 이분은 노후에 행복하게 사는 자세가 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놀라운 말씀이군요. 삶에서 어떤 마음가짐이 중요했나요?

▶젊은 시절 제 첫 직장의 사장이 아랫사람의 괴로움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그때부터 저는 제일 먼저 출근해서 온갖 곳을 도맡아 청소하며 성실하게 했죠. 내가 먼저 노력하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죠. 매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행복한 삶이란 어떤 것일까요? 어떻게 살고 싶으신가요?

▶어려운 질문입니다만, 나는 ‘언제 죽어도 후회가 없는 것이 좋은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6월까지 딸 부부와 손자 3명 등 7명이 함께 살았습니다만, 근처로 이사를 했습니다. 다행히 매주 토요일에는 두 손자가 다시 자려고 와서 쓸쓸해진 우리를 위로해 줍니다. 저는 가족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게 저에겐 행복입니다. 언제 죽어도 만족스러운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지인들 덕분입니다. 하지만 또 한 가지를 생각한다면 한국과 일본이 지금보다 더 친해지면 좋겠습니다.



타노시로 씨의 인생성공의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그는 일본의 베이비부머로서 국가 경제가 성장하는 안정된 시대환경에서 생을 보내어 왔다. 그리고 그 위에 본인의 긍정적 성격과 함께한 많은 친구, 대인관계에서 신뢰를 얻는 자세가 있다. 마땅히 지고지순의 배필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는‘일본이 한국과 이웃해 있어 좋다. 인생이 2배로 즐거워졌다’며 니시오 아키라 교수와 함께 웃으며 말한다. 그에겐 한국과 교류하여 얻는 즐거움 또한 ‘언제 죽어도 후회 없는 삶’에 크게 기여하는 듯하다.

※특별후원: BNK 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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