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온라인으로 관계를 이어오다 경남 사천에서 처음 대면한 또래 여고생을 살해한 10대(국제신문 26일 자 온라인 보도)가 “피해자에게 남자 친구가 생긴 것 같다”고 생각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남 사천여성회가 30일 사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5일 또래 여고생을 살해한 10대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경찰청은 살인 혐의로 긴급 체포한 A(17) 군을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A 군은 지난 25일 오후 8시50분께 사천읍 한 아파트 입구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B(16) 양을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뒤 자해한 혐의를 받는다.

“남녀 2명이 피를 많이 흘리고 쓰러져 있다”는 행인 신고를 접수한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들을 각각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B 양은 끝내 사망 판정을 받았다.

치료를 받은 A 군은 사건 발생 3시간여 만인 지난 26일 새벽 12시12분 긴급 체포됐다.

A 군은 애초 살인 행위만 인정하고 범행 동기 등에 대해 함구했으나 추가 조사에서 결국 입을 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4년 전 SNS 공개 채팅방에서 알게 된 이후 친분을 쌓아오다 올해 초부터는 1대 1 대화를 할 정도로 가까워졌다.

그런데 A 군은 지난 4월께 B 양을 살해할 것을 결심했다. B 양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자 ‘다른 이성과 교제하는 것 같다’고 의심하면서다.

A 군은 B 양과 일상적인 대화를 지속하면서도 범행에 필요한 흉기와 자해할 도구 등을 인터넷과 철물점에서 구매하며 범행을 준비했다.

강원도에서 거주하는 A 군은 사건 당일 오후 2시께 버스 등을 타고 B 양이 사는 주거지 인근으로 이동, B 양에게 “줄 것이 있다”고 불러낸 뒤 흉기를 휘둘렀다.

A 군은 “B 양이 다른 이성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것이 너무 싫어 살해한 뒤 나도 죽으려고 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다만 이들은 연인 관계가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를 밝히고자 A 군을 상대로 심리 분석을 하는 등 추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법원은 도주 우려 이유로 그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A 군은 학교에 나가기 싫다는 이유로 자퇴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A 군의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포렌식 분석하는 등 보강 수사를 마무리한 뒤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사천여성회는 여성 인권 관련 전국 시민단체 120여 곳과 연대해 가해자 엄벌을 요구했다.

사천여성회는 이날 사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해자의 범죄 이유와 정신병력을 물을 필요도 없는 명백한 여성 살인 사건이다. 이러한 젠더폭력에 국가는 언제나 관심이 없었고, 모르쇠로 일관해 왔다”며 관련 법률 제정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