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내 전기 나가면 미작동 의견도
- 수동 조작 시간 부족했을 가능성

‘무안 제주항공기 참사’의 랜딩기어 고장이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엔진 이상 문제와 연관이 있느냐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린다. 다만, 동체착륙은 기장이 선택할 수 있는 최후 수단이라 사고 항공기의 엔진 두 개가 모두 고장 난 것이 분명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소속 전문가와 미국 보잉사 관계자가 31일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라대 김광일(항공운항학과) 교수는 31일 “해외의 사례를 보면 엔진이 모두 고장났는데 랜딩기어를 자동식으로 잘 내리고 무사히 착륙한 케이스가 있다”며 “엔진이 고장나 전기가 모두 나가도 배터리가 있어서 10분 정도는 버틸 수 있다. 꼬리 부분에 장착된 예비 엔진도 있다”며 조류 충돌과 랜딩기어 고장의 연관성을 일축했다. 이어 “이번 항공기의 경우 180도로 복행해 역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했는데, 360도로 복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시 상황이 매우 급박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경우 엔진 양쪽이 모두 고장 났다는 것 외에는 설명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신라대 최인찬(항공운항학과) 교수도 “전 세계 모든 항공기는 엔진 고장과 상관없이 랜딩기어가 중력에 의해 내려가게 돼 있다”며 “이번 사고는 여러모로 의문이 많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두 개의 엔진 모두 고장났을 경우 랜딩기어 고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게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사고 비행기는 조류 충돌로 양쪽 엔진이 모두 고장난 것으로 보인다”며 “항공기 엔진이 모두 제 기능을 못 하면 기내 전기가 모두 나가 암흑천지가 된다. 유압도 다 빠져버려 랜딩기어는 물론 고양력장치(비행기 날개의 면적을 증가시켜 양력을 최대화하는 장치)인 플랩도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수동으로 랜딩기어를 내릴 수도 있는데, 작동을 위해서는 부기장석을 앞으로 젖힌 뒤 바닥에 있는 패널을 열어 3개의 케이블을 손으로 당겨야 한다. 당시 상황이 워낙 급박해 시도해 볼 시간조차 없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30년 경력의 한 베테랑 조종사 역시 “엔진 한 개만 고장이 났다면 유압이 있어 랜딩기어를 내릴 수 있다”며 “두 개 모두 고장 났을 때는 수동으로 내리는 법 말고는 랜딩기어를 작동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