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상조사 시기 놓친 미접수자들
- 뒤늦게 단체행동 나섰지만 무산
- “수용 증명할만한 자료 필요한데
- 개인정보 이유로 市 협조 안 돼”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조사 시기를 놓쳐 수용 기록을 찾을 수 없고, 그런 사람들끼리 힘을 합쳐 대응책을 세우려 해도 피해자 명단도 받지 못하니 막막합니다. 그러니 피해자들이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하고, 사실상 활동 방법이 없어 동력을 잃은 상태입니다. 이대로면 피해자 대부분은 억울함을 증명할 기회조차 빼앗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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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제복지원. 국제신문 DB |
1일 김성호(65) 씨는 답답한 듯 분에 찬 목소리로 형제복지원 사건 ‘미접수 피해자’의 사정을 호소했다. 그는 ‘부산 형제복지원 2차 피해자 협의회’ 대표다. 협의회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진상규명 신청을 접수하지 못한 피해자 17명으로 꾸려졌다. 지난해 10월 20일 출범한 이 모임은 두 달만에 활동 중단 위기에 놓였다. 피해자 규합이나 수용기록카드 등 피해사실 증거 자료 수집이 사실상 불가능한 까닭이다.
형제복지원 피해자 중 상당수는 김 씨와 같은 미접수자다. 지난해 11월 27일 기준 부산시에 등록된 형제복지원 피해자는 962명으로, 이중 351명(36.4%)이 진실화해위 결정문을 받지 못했거나 조사 신청조차 못했다.
진실화해위는 과거사정리법에 근거해 운영되는 기관으로, 법령상 오는 5월이 활동 기한이다. 다섯 달 안에 산적한 조사를 끝마쳐야 해 신규 조사는 엄두도 낼 수 없다. 이대로면 등록 피해자 3분의 1 이상이 피해 회복 기회를 상실한다. 형제복지원 수용 인원이 3만8000명에 이르지만 현재까지 진실화해위 결정문이 통지된 피해자는 729명에 그친다.
상황이 이렇자 지난해 미접수자 단체가 잇따라 구성됐다. 이들 단체는 진실화해위 조사 재개를 촉구하거나 자체적으로 수용 기록 사실을 증명할 자료를 확보하려 했다.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하려면 최소한의 입증 자료는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에는 ‘형제복지원 진화위 미접수 피해자협의회’가 진실화해위를 찾아가 조사 개시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의 노력은 결실을 보지 못한다.
이에 실망한 피해자 다수가 단체를 빠져나갔다. 김 씨의 협의회는 와해된 부산지역 한 모임에서 희망을 놓지 않은 일부가 새로 구성한 단체다. 이들 중 자신의 수용 사실을 증명할 기록을 가진 이는 2명에 불과하다. 협의회는 객관적 수용 기록 확보를 위해 지난해 11월 시를 찾아 피해자 명단 제공 또는 수용기록 열람 등의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시의 협조를 받지 못했다.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다른 단체와의 형평성도 고려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국회 차원의 법률 개정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다. 22대 국회에서 진실화해위 활동기한 연장 등을 담은 과거사정리법 개정안은 10건 접수됐다. 그러나 이들 모두 소관 상임위에 머물러 있다. 김 씨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형제복지원에 수용됐다. 어린 동생의 비참했을 삶을 꼭 회복해주고 싶었는데 상황이 여의찮아 안타깝다”며 “사실상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이 시밖에 없는데, 지원이 어렵다하니 활동을 접어야 하나 고민이 든다”며 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