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시간 온가족이 함께 찾아
- 책 읽으며 서로의 하루도 물어
- “스마트폰 치우니 소통의 시간”
- 학부모들 ‘동네 사랑방’ 역할도
- 평일 오후 4시 반~밤10시 운영
- 교육청 올해 20곳 순차적 개관
“집에서 가깝고, 책도 있고, 카페도 있는 곳. 바로 우리 학교 도서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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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부산 중구 보수초등학교 도서관인 새빛터에서 ‘별빛도서관’ 1호 개관식이 열린 가운데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독서를 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제공 |
지난 9일 오후 7시께 부산 중구 보수초등학교 도서관인 ‘새빛터’에서는 ‘별빛도서관’을 홍보하는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날 새빛터에서는 밤 늦게까지 문을 여는 별빛도서관 1호 개관식이 열렸다. 별빛도서관은 ‘별을 보면서 독서를 하는 장소’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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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을 낭독하는 모습. 부산시교육청 제공 |
이 학교 4, 6학년 딸 2명을 둔 두윤정 씨는 “저녁 시간 학교 도서관에서 가족끼리 오순도순 책도 읽고, 오늘 있었던 일을 아이들과 나누며 하루 끝을 마무리할 수 있어 정말 좋다”며 “집에는 텔레비전과 휴대폰 등 다른 유혹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아이들이 클수록 대화가 줄어들었는데, 걸어서 3분 거리인 도서관에서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또래 친구와 학부모를 만나 단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안정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아동기 올바른 독서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간 학생과 학부모가 저녁 시간에 편히 드나들 수 있는 도서관은 부족했다. 두 씨는 “인근에 중앙도서관이 있지만 마을버스를 타고 오르막길을 지나야 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저녁에는 어두워 가기가 꺼려졌다”며 “별빛도서관 이용을 강력 추천한다”고 했다. 두 씨의 딸인 이 학교 6학년 황수정 양은 “저녁까지 학교에 있어본 적이 없어 좀 낯설다”면서도 “보통 학원을 마친 후 친구들과 운동장에서만 놀았는데, 이제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돼 자주 올 것 같다”고 웃었다.
부산시교육청은 ‘독서체인지’ 사업의 하나로 평일 저녁 시간과 토요일에 가족이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별빛도서관을 올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다. 초등학생이 방과 후 늘봄이나 학원 일정 등으로 평소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기 어려웠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 시간을 밤까지 대폭 연장했다. 퇴근한 학부모와 자녀가 함께 도보 15분 거리 내에 있는 학교 도서관을 찾아 소통할 수 있도록 독서 친화적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시교육청은 조용하게 책만 읽는 일반 도서관과 달리 별빛도서관은 자유롭고 편안한 휴식 공간이자, 이웃이 모이는 ‘동네 사랑방’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별빛도서관은 보수초를 시작으로 오는 15일 해운대구 해강초, 다음 달 4일 기장군 일광초 등 올해 부산지역 초등학교 20곳에 순차적으로 문을 연다. 학교별로 차이는 있지만 평일에는 오후 4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토요일과 방학에는 오후 1시부터 밤 9시까지 운영한다. 학생들이 일과를 마치고 이용하기에도 시간이 넉넉하다.
별빛도서관 입장 전에는 ‘체인지 박스’에 휴대전화를 보관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별빛도서관을 즐겨 찾을 수 있도록 맞춤형 프로그램과 시설도 준비됐다. 방문할 때마다 출석 도장을 찍어 5, 10일 차마다 랜덤 선물을 주는 독서여권 제도를 운영한다. 꾸준한 독서습관을 기르는 ‘야호(夜好)! 가족 책몰이 100’, 영화와 독서를 결합한 ‘책과 영화의 밤 산책’ 등 프로그램을 통해 가족 독서 문화를 정착시킨다는 계획이다. 야간 시간 안전을 위해 지문이 등록된 학생과 보호자만 출입할 수 있다. 가로등과 CCTV 등 안전시설을 비롯해 도서관을 관리하는 인력도 확충했다.
이날 개관식에는 보수초 학생 및 학부모 50여 명이 참석해 ▷소리가 있는 동화 공연 ▷가족과 함께하는 그림책 낭독 ▷박미라 동화작가의 북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겼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앞서 지난해 12월 한 달간 별빛도서관을 시범운영할 당시 하루 평균 3, 4가족, 많을 때는 8가족이 방문할 정도로 호응을 얻었다.
박미라 작가는 “아이들이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다 보니 책을 잘 안 읽는다. 제가 동화작가이지만 우리 아이도 마찬가지”라며 “가족이 책을 매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이들의 상상력 논리력 창의력 교육과 연결돼 좋다”고 언급했다. 이어 “밖은 어두운데 별빛도서관 안은 학부모와 학생들로 밝게 북적이는 모습이 동화의 한 장면처럼 환상적으로 느껴진다”고 전했다.
시교육청은 부산에서 시작한 별빛도서관이 전국적인 열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최윤홍 교육감 권한대행은 “보수초를 시작으로 대한민국 모든 초등학교에 별빛도서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앞으로도 학교 도서관이 소통과 공감의 친화적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