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대통령연설비서관 등 거쳐
- 49세부터 짧은 글 쓰며 2막 활동
- 멘토로부터 경험·지식 전해 받아
- 시행착오 줄이면 빠른 성장 가능
- 갖은 불안 극복엔 명상해보세요
누군가는 이제 100세를 넘어 ‘120세 시대’가 왔다고 한다. 60년을 살아온 사람은 앞으로 60년을 더 살아야 하는 것이다. 모두가 ‘대충’ 살고 싶지는 않을 터. 이에 은퇴 이후 ‘어떤 방식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는 이들을 위해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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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부산 부산진구 롯데호텔부산 3층 펄룸에서 국제신문 주최로 제3회 인생이모작포럼이 열려 참석한 주요 내빈과 참석자들이 강연에 호응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21일 오후 롯데호텔부산 3층 펄룸에서 국제신문이 주최하고 인생이모작포럼이 주관, BNK금융그룹이 특별후원한 ‘제3회 인생이모작 포럼’이 열렸다. 행사장을 가득 메운 200여 명의 참석자는 뜻하지 않은 상황을 겪어 인생의 변곡점을 맞이한 이들의 경험담을 공유하는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이날 ‘인생 2막, 절벽에도 길은 있다’를 주제로 초청강연에 나선 고도원(73)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은 “인생 2막은 행복과 건강, 삶의 가치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며 “후반 인생을 잘 보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삶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고 이사장은 젊은 시절 신문기자를 거쳐 김대중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활동했다. 49세부터 짧은 위로의 글을 독자에게 매일 전하는 ‘고도원의 아침편지’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노래 연습과 시 쓰기, 보디 프로필 촬영에도 도전했다. 이날 포럼에서 고 이사장은 이 같은 도전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소개하고, 다음 세대의 발전을 위해 ‘사회적 아버지’가 될 것을 주문했다.
■오늘의 나를 만든 건 경험·독서·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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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도원 아침편지문화재단 이사장이 초청강연을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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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사장의 첫 번째 시련은 ‘대학 재학 중 제적’이었다. 교회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신학자가 되고 싶어 연세대 신학과에 진학한 고 이사장은 학보사 편집장을 지내며 정권을 비판하는 기명 칼럼을 썼다. 당시 박정희 정권의 유신 독재 시절이었다. 결국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제적돼 대학 과정을 모두 마치지 못했다.
그러나 고 이사장은 이후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돈이 생기면 책방을 찾았다. 회초리를 들어가며 자식들에게 책을 읽히려고 노력했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덕분이었다. 고 이사장은 “오늘의 나를 만든 것 중 하나가 독서”라며 “책은 마음의 양식이며 영혼의 밥이다. 책을 읽으면 인생이 달라진다. 독서는 내가 앉은 자리에서 가장 멀리 갈 수 있는 여행”이라고 강조했다.
고 이사장은 ‘1000권 읽기 국민독서운동’도 벌이고 있다. 그는 “폐교를 활용한 독서학교도 구상 중이다. 김구 선생이 ‘문화국가’를 꿈꿨다면 나는 전 국민이 책을 읽는 ‘독서국가’를 꿈꾼다”며 “진정한 다독은 같은 책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는 것인데, 많이 읽다 보면 행간도 파악하게 되고 문해력도 생긴다. 그러면 속독과 정독도 저절로 잘할 수 있게 된다”고 조언했다.
고 이사장은 멘토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멘토의 축적된 경험과 지식을 전해 받은 멘티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 이사장의 멘토는 자신의 아버지와 잡지사 ‘뿌리깊은 나무’의 고 한창기 사장,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그는 “아버지를 따라 신학자가 되려 했고, 독서의 중요성도 깨달아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며 “한창기 사장은 제가 청년 시절 5년 넘게 기자로 일했던 잡지사의 사장이었다. 한 사장은 잡지 창간 초기 엄청난 적자를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가 꿈꿔 온 의미 있는 일이라면 돈을 낙엽처럼 태울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이 말씀은 제 골수에 깊이 박혀 인생행로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 지침이 됐다”고 소개했다.
고 이사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선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라는 책을 인연으로 김 전 대통령의 연설비서관으로 발탁됐다”며 “김 전 대통령은 국민보다 반걸음 앞서갔고, 정치인으로서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갖춘 분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멘토로 생각한 세 분 모두 절벽에서도 길을 만들어 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 모두가 살면서 절벽 같은 장애물을 만나고 시련을 겪게 된다. 길을 걷다 절벽을 맞닥뜨려도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멘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생 2막을 꿈꾸는 여러분은 지금이라도 멘토를 정해 삶의 방향과 목표를 정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명상의 중요성과 ‘사회적 아버지’의 필요성
고 이사장은 습관처럼 명상하기를 권유했다. 명상을 꾸준히 하면 심리적으로 안정을 느껴 마음의 중심을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 이사장은 “대통령 연설비서관 생활을 하면서 피로가 쌓여 의식을 잃고 쓰러진 적이 있다. 그때 이후 처음으로 명상을 해봤는데, ‘행복한 쉼표’를 찍는다는 기분을 느껴 행복했다. 명상하면 온갖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의지가 생기고, 건강한 마인드가 자리 잡아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인생 2막을 사는 이들이 ‘사회적 아버지’ 역할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어른 역할을 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현재의 청소년들이 정체성을 키우고, 미래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국경 밖에 있는 재일교포 등의 자제를 한국으로 불러 정체성을 찾아주는 K-디아스포라 등의 일을 해야 한다”며 “최근 DMZ(비무장지대)의 유스호스텔을 다녀왔는데, 국내 청소년들에게도 그런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장을 직접 보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멘토 역할을 해줄 이가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이사장은 “인생 2막을 여는 사람들에게 다시 꿈꾸라고 말하고 싶다. 휴식과 자기성찰을 위해 여행을 하면 더 좋다. 고난을 이겨내는 힘도 가져야 한다. 힘들다고 불평만 하지 않고 상황을 달리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