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항공기 참사 현장 일주일 파견
- 전국 DNA 담당자와 신체조직분석
- K-DVI 훈련 효과적, 워크숍 진행
“‘무안 제주항공기 참사’ 당일 공항에 도착했는데, 유가족의 슬픔을 전하듯 숙연하고 침체한 분위기였습니다. 이분들을 위해 무엇인가 하나라도 더 해줄 게 없는지 고민했고, 꼭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23일 부산경찰청 과학수사과 소속 DNA 담당인 김명진(사진·39) 경사가 참사 당일 전남 무안공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 느꼈던 감정을 전했다. 그는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경찰청으로부터 지원하라는 연락을 받았고, 신속 DNA 분석기를 차에 싣고 무안으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그곳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제가 맡은 신속 DNA 분석 업무를 진행하는 곳이 유가족 식당 바로 옆이었습니다. 일가족을 다 잃은 분도 계셨기에 무엇하나 대충할 수 없었고 조심스럽게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일주일간 업무를 진행했는데, 첫날과 둘째 날은 밤새도록 DNA 분석을 했습니다.”
이번 참사에서 총 179명이 희생됐는데, 이 가운데 147명은 지문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폭발과 화재 등이 동반된 참사라 신체 훼손이 심한 32명의 경우 지문으로는 누구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김 경사 등 전국 7개 경찰청에서 모인 DNA 담당자는 회수된 1000여 개의 신체 조직의 신원 파악에 주력했다.
“제가 입사한 지 8년째인데 그동안 숱한 변사 살인 현장 등을 경험했는데, 이번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참혹한 사건사고를 자주 접하다 보면 꾹 참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이 지나 심리 상담을 받거나 하면 가슴 깊숙이 맺힌 게 올라올 때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맡은 일이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죠.”
DNA 분석이 끝나고 신원이 확인되면, 현장에 파견된 부산청 과학수사관 등 경찰이 최대한 신체를 수습해 유가족에게 인도했다. 부산청은 김 경사를 포함해 총 24명의 인력을 이번 참사에 파견시켰다. 그렇게 179명의 희생자 인도를 마치고서야 그들의 임무가 끝났다.
“이번 사건 전 부산청이 한국형 재난 희생자 신원확인(K-DVI) 훈련을 보름 전에 실시했었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향후 부산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에 부산으로 복귀한 뒤에도 과학수사대장 주관 아래 직원들이 별도의 워크숍도 진행했습니다.”
부산청 과학수사대 워크숍에서는 여러 의견이 제시됐다. 우선 부산청 자체적으로 관내 45개 장례식장과 시신 250구를 한 번에 안치할 수 있다 등의 기초 조사를 바탕으로, 이번 참사에서 희생자를 임시 안치를 했던 냉동 컨테이너를 본청이나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10대 정도를 갖춰 쓸 수 있으면 유용할 것이란 아이디어가 나왔다. 또 K-DVI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면 감식 등에 필요한 물품이 44종 있는데, 이를 부산청 내 빈 창고에 비축하기로 결정했다.
“저는 대학 시절 유전자를 전공해 경찰 과학수사 분야에 특채됐습니다. 앞으로도 제가 맡은 DNA 분석을 실제 사건사고 현장에 도움이 되도록 계속 연구해 나갈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경찰 내 DNA 관련 전문 교육이나 인력도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