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각 “리튬고함량은 대처 어려워”
- 에어부산, 수화물로 불 번졌을 듯
- 기내 반입규정 강화 필요성 지적
지난달 28일 김해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사고의 원인이 보조배터리 등 전자기기에 의한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가장 강력한 발화 물체로 꼽히는 리튬이온배터리가 기체의 절반을 태울 정도로 강한 위력을 가졌는지를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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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에서 부산시와 소방당국, 공항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 현장을 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2일 더불어민주당 이연희(충북 청주흥덕)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국적기 기내에서 발생한 배터리 화재 사고는 총 13건이다. 연도별로 ▷2020년 2건 ▷2023년 6건 ▷2024년(8월까지) 5건이다. 화재 지점은 객실 좌석과 후방 갤리(주방) 등으로 진화 시간은 최장 5분일 정도로 대부분 피해 규모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이번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는 진화까지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승객 169명과 승무원 7명이 모두 비상 탈출하면서 다행히 대형 참사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동체의 윗부분이 모두 타고 기내가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피해 규모가 커 어느 때보다 정확한 화재 원인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당시 승객과 승무원의 진술에 따르면 최초 발화는 오버헤드 빈(기내 수화물 보관함) 안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타닥타닥’ 소리가 들렸다는 점에서 전자기기에 의한 화재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신라대 최인찬(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전자기기 중 보조배터리의 발화 가능성이 크다”며 “배터리의 크기가 작더라도 주변에 있는 가방의 천이나 면세점에서 구입한 술 등에 불꽃이 튀어 연소가 확대되면 동체 절반을 태울 위력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동아대 이동규(재난관리학과) 교수는 “리튬이온배터리에서 생긴 불꽃이 다른 물체에 옮겨 붙으면 확산 속도가 엄청나게 빠르다. 자체 진화를 시도하기보다는 대피하는 게 더 안전할 정도”라며 “리튬 배터리의 갑작스러운 발화 이유는 연구 결과가 부족해 현재 알려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리튬이온배터리 화재의 경우 일반 소화기로 진화가 가능한가를 두고서는 의견이 나뉜다. 일각에서는 현재까지 리튬 배터리 화재를 진화할 수 있는 소화약제가 없다는 이유에서 진화가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리튬 함량이 낮은 배터리에서 난 불은 화재 초기 소화기로도 진화가 가능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교수는 “소화기로 진화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충분한 양의 리튬이 들어간 배터리에서 발생한 불은 잘 안 꺼진다. 이 경우 배터리를 물에 넣어 냉각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휴대용 보조배터리의 위험성 때문에 반입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교수는 “반입 가능한 보조배터리의 개수와 용량은 정해져 있는데, 보관 방법은 ‘휴대해야 한다’는 것 외에는 구체적으로 규정된 게 없다. 승객이 착륙 전까지 승무원에게 배터리를 일괄적으로 맡기는 수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3일 오전부터 소방, 경찰, 프랑스 항공사고조사위원회(BEA) 등과 함께 사고 여객기의 현장 감식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