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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라노] 극우세력 결집 도구 된 극단적 ‘혐중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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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문제에 대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외부의 ‘적’을 만들어내 공격할 대상을 설정하는 행위는 매우 위험합니다. 외부의 적을 만들기 위해 거짓말하고, 거짓을 사실로 받아들이며, 이에 선동되면 끔찍한 결말을 맞기도 합니다. 역사에서 사례를 찾을 수 있는데요. 제1차 세계대전 패전 후 막대한 전쟁 배상금 문제로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입자 모든 어려움의 원인을 유대인에게 돌린 독일 나치당이 대표적입니다. 유대인을 향한 분노는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로 이어졌죠.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습니다. 관동대지진 당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해 민심이 흉흉해지자 일본 정부가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유언비어를 퍼트렸고, 조선인은 학살의 대상이 됐죠. 특정 집단을 혐오 대상으로 삼고 선동하는 일이 얼마나 폭력적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지난달 25일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국면에 접어들자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은 부정선거와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 개입설’을 주장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종북세력’ ‘북한 공산세력’만 찾던 윤 대통령이 중국을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12일 긴급 대국민담화를 발표했을 때였는데요. 윤 대통령은 국가 안보 위협 사례로 중국인 3명이 부산에 정박 중이던 미국 항공모함을 드론으로 촬영해 적발된 사건, 중국인이 국가정보원을 불법 촬영한 사건 등을 언급했죠. 윤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형법의 간첩죄 조항을 수정하려 했지만 거대 야당이 완강히 가로막고 있다”고 했습니다.

여당 의원들은 이에 동조했습니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지난달 2일 집회에서 “가는 곳마다 중국인들이 탄핵소추에 찬성하고 나선 바로 이것이 탄핵의 본질”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상범 의원은 지난달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고 올렸죠.

일부 극우 매체도 합세해 음모론에 불을 붙였습니다. 지난달 16일 극우 성향 매체인 스카이데일리는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이 주일미군기지로 압송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는데요. 비상계엄 당일 계엄군이 미군과 공동 작전으로 선거연수원을 급습해 중국 국적자 99명의 신병을 확보했으며, 검거된 이들을 미군 측에 인계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같은 날 열린 탄핵 심판 변론에서 윤 대통령 측 배진한 변호사는 스카이데일리의 기사를 인용하며 “저희는 이 불법선거가 사실 중국과 크게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음모론의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북한에서 선거관리위원회를 해킹하고 가짜 투표지를 넣으려는 시도가 있었다거나, 사전 투표를 신뢰할 수 없다’는 등의 부정선거 주장을 되풀이했습니다. 이들은 변론 과정에서 ‘중국’이라는 표현을 27차례 사용했죠.

기사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선관위는 바로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반박 자료를 냈습니다. 주한미군 또한 “주한미군에 대한 묘사가 언급된 한국 언론 기사의 주장은 전적으로 거짓”이라며 “국민의 신뢰를 해칠 수 있는 잘못된 정보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책임 있는 보도와 사실을 촉구한다”고 밝혔죠.

한번 불붙은 ‘혐중’ 정서는 윤 대통령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 폭발하듯 퍼져나갔습니다. SNS와 커뮤니티 등 온라인상에서는 이미 중국에 대해 극단적인 가짜뉴스를 퍼트리고 그걸 믿는 상황까지 치달아 있었죠. 이는 지난달 19일 새벽 발생한 서울서부지법 폭동 사태 때 정점을 찍었습니다. 당시 집회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법원에 투입된 경찰은 곧 공안이라는 가짜뉴스가 퍼졌는데요. 이들은 경찰을 향해 “중국 공안이냐” “중국 경찰”이라고 소리쳤습니다. 지나가는 시민을 검증 대상으로 삼아 “주민등록증을 내놔라” “중국인인 것 같으니 한국말을 해보라”며 몰아세웠죠.

현재 한국의 혐중 정서는 궁지에 몰린 윤 대통령이 극우세력을 결집하는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는 게 특징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국제사회로 편입되려는 조짐이 보이자 보수진영에서 북한을 대체할 새로운 외부의 적으로 중국을 내세운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빨갱이’ ‘종북세력’ 논리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상황에서 보수진영에 심각한 위기가 닥치자 결국 그 대안으로 중국을 등장시켰다는 것.

김희교 광운대 동북아문화산업학부 교수는 국가의 미래나 현실을 생각하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정치권이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중국은 북한하고 달라요. 중국이 우리나라의 ‘혐중’에 맞대응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한국 쪽 피해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 측도 한국이 극단적 혐중 정서에 치달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중국에도 한국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고 있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심각한 외교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지난해 우리나라에 온 중국인 관광객이 460만 명이에요. 이런 일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이 발길을 끊으면 당장 큰 타격을 입습니다. 국익을 희생하면서까지 누구의 이익을 찾으려고 하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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