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별 투자자에 배 비싸게 팔아
- 회장 징역 4년, 간부들도 징역형
전국에 법인을 두고 체계적인 영업 구조를 갖춘 뒤 미신고 증권을 마구잡이로 사들여 개별 투자자에게 비싼 값에 팔아넘긴 ‘피버트 그룹’ 임원들이 무더기로 실형에 처해졌다. ‘제2의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건’으로 불리는 이번 범죄에 휘말린 투자자 등 잠재적 피해자는 4만65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법 형사10단독 조서영 판사는17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버트 그룹 회장 A(60대) 씨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3억1811만 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A 씨와 함께 기소된 판매 법인 대표 등 6명은 징역 2년~2년 6개월의 실형, 나머지 법인 대표 2명은 징역 1년6개월~2년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피버트 본사 등 7개 법인에는 벌금 3억 원이 떨어졌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피버트 그룹은 본사와 전국 판매 법인 5곳을 통해 비상장주식을 싸게 사들여 일반 투자자에게 최대 배가량 비싼 가격에 팔았다. 수익은 본사가 40%, 판매 법인이 60%를 가져갔다. 이런 식으로 피버트는 4만6500여 명에게 5284억 원 상당의 비상장 수익을 팔아치웠다.
이들은 별다른 검증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주식을 사고 팔았으며, 온라인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등 허위·과장된 광고를 내 상품 가치를 부풀렸다. 이들이 판매한 주식 중 상장이 이뤄진 사례는 없으며, 대부분 종목은 애초 판매가의 10~20% 에서 장외가격이 형성돼 막대한 피해를 낳았다. 반면 A 씨 등은 투자금을 자신들의 쌈짓돈처럼 굴렸다.
판매법인은 전형적인 불법 다단계 형태로 운영됐다. 본부장 이하 여러 체계의 직급을 뒀고, 상급 판매원이 하급 판매원을 모집했다. 하급 판매원이 일으킨 수익은 상위 판매원에게 지급됐다. 이들은 금융감독원 조사가 시작되자 사명에서 ‘피버트’ 명칭을 지우고 판매 법인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것처럼 가장하는 ‘쪼개기’ 방식으로 당국의 눈을 피했다.
2023년 5월 일당을 재판에 넘긴 검찰은 피버트 사건이 ‘밸류인베스트먼트 사건’(2011년~2016년·8800억 원대)과 ‘필립에셋 사건’(2016년~2018년·3700억 원대)을 잇는 전국 단위 비상장주식 다단계 판매 사건으로 엄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A 씨 등은 단순히 미인가 또는 증권신고서 미제출과 같은 절차·행정적 위법에 지나지 않는다고 변론해왔다. 그러나 조 판사는 “자본시장법이 정한 금융투자업 인가의 요건 자체를 갖추지 못했음이 분명하다. 영업 과정에서 규정도 준수하지 않았다. 증권신고서에 기재돼야 할 중요 사항도 투자자에게 충분히 제공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일반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위험이 초래된 것으로 보이고, 범행도 조직적·체계적 역할 분담을 통해 장기간 이뤄졌다. 범행 액수나 투자자 숫자가 대규모인 점에 비춰 죄책이 상당히 무겁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