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폐교를 앞둔 부산미용고등학교가 운영비 부족 등을 이유로 통학차량 운행 지원을 중단해 평균 연령이 70대인 만학도들이 등하교에 어려움을 겪는다.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백양산 어귀에 있는 이 학교는 가파른 오르막으로 부산에서도 등하교가 힘든 학교로 유명하다.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백양산 어귀에 위치한 부산미용고에 등교하려면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독자 제공

11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미용고는 지난 4일 새학기가 시작됐음에도 60~80대 만학도를 위해 운행하던 통학차량 운전사를 채용하지 않았다. 이 학교는 등교를 위해 150ｍ의 가파른 경사 길을 오르내려야 해 그간 통학 차량을 운행했으나 올해부터 운행을 중단한 데 따른 것이다.

부산미용고는 학력인정 평생학습시설로 10대 고교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늦깎이 학생들이 미용을 배우기 위해 재학 중이다. 전교생은 정규반 학생 24명과 성인반(중·고교 과정) 74명 등 총 98명이다. 성인반 학생 대부분은 60~80대 어르신이다. 모두 내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통학차량 운행을 중단하자 고령의 만학도들은 등하교를 할 수 없는 위기에 놓였다. 부산미용고는 그간 12명이 탑승할 수 있는 통학차량 2, 3대를 등교시간인 오전 8~9시, 하교시간인 오후 2시께부터 각각 5, 6회 운행했다. 현재는 통학차량이 1대만 남은 상태로, 학교는 임시방편으로 오는 21일까지 교사 2명이 교대로 통학차량을 운전하도록 했으나, 이후에는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 학교 학생 A(60대) 씨는 “통학차량 지원이 된다고 해 입학했다. 아직 1년이나 더 다녀야 하는데 통학차량이 없으면 현실적으로 등하교가 너무 힘들어진다”며 “늦은 나이에 공부하기로 결심한 만큼 무사히 졸업하고 싶은 바람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운영비가 부족한 데다 통학차량 접촉 사고가 발생하는 등 더는 운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부산미용고 관계자는 “고령의 학생들을 위해 통학차량을 운행해왔으나 운전사 인건비를 지급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지난해 말에는 학교 운동장에서 통학차량과 학생 차량 간 접촉사고도 발생해 운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부산미용고는 학령인구 감소와 운영난 등으로 내년 2월 폐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