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졸 출신 첫 女 중앙 고위공무원
- 초기 행정전산화 … ‘민원24’ 담당
- 현직일 때 기술사, 석·박사 취득
- 퇴직 뒤 기업현장 디지털화 지원
- “끊임없는 도전… 긍정마인드 중요
- 비즈니스 코치 전문성 더 키울 것”
◇ 유은숙 코치의 인생이모작 귀띔
- 자신의 재능과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발견하고 집중함으로써 진정한 행복을 찾아라
여성 공무원은 은퇴 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최근 공직사회에서도 은퇴 후 경제활동을 원하는 문화가 강렬해지고 있다. 그런데 과연 여성 은퇴 공직자는 어떤 식으로 인생이모작을 경영하면 좋을까? 과거와는 매우 다르다고 하지만 여전히 어려움은 있다. 이번에는 이 문제에 통찰력을 주는 이를 만났다. 여성 특유의 온화함을 가지고도 철저한 전문성을 내장하고 있기에 외유내강의 전형으로도 보이는 이 사람을 만나본다.
-요즘 하시는 일을 소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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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은숙(앞줄 왼쪽 세 번째) 교수가 2018년도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로 선발돼 정보통신분야 교수들과 정례모임을 하고 있다. |
▶저는 현재 산업현장교수와 스마트공장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산업현장교수 제도는 산업현장의 축적된 경험지식을 활용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고용노동부 사업입니다. 총 14개 분야인데 저는 정보통신분야에서 활동합니다. 스마트공장 사업은 제조현장에 필요한 AI(인공지능)를 도입하고 디지털 전환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제조업이 강한 우리나라가 다시 한번 더 초일류 제조강국 도약을 목표로 추진하는 이 사업에서 저는 전문위원으로서 기업에 기술 컨설팅을 하고 평가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비즈니스 코치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만난 이는 유은숙(70) 산업현장교수다. 그는 중앙정부 고위공무원으로 퇴직한 후 현재 산업현장교수로서 알차게 더 많은 일을 하는 분이다. 필자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 재직할 때부터 협력해 온 분인데 빈틈없으면서도 항상 온화한 스타일이었다.
-공무원으로 재직하실 때는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역사와 함께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인들은 저의 38년 공직생활을 한국 전자정부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공직에 입문한 1977년부터 총무처에서 우리나라 초기 전자정부 사업인 행정전산화 업무를 담당했어요. 그 뒤에는 행정자치부 소속으로 인터넷 기반의 정부대표포털서비스 정보공개시스템 정부전자문서유통센터 정부지식관리센터를 구축하는 일을 했었죠. 그 후 행정안전부에서는 정부민원포털인 ‘민원24’ 고도화 사업을 추진해 한국이 2011년에 UN공공행정상 우수상 수상과 함께 UN전자정부 평가에서 연속 3회(2010, 2012, 2014) 세계 1위의 영광을 누리도록 했었죠.
-교수님에게는 ‘유일’ ‘최초’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죠?
▶(웃음) 쑥스럽습니다만, 저는 2012년도에 중앙부처 고위공무원에 임명되었는데, 그때 고위공무원단 제도가 도입된 2006년 이후 ‘고졸, 9급 출신 최초의 여성공무원’으로 언론에 주목을 받았었죠. 성차별 학력차별을 뛰어넘어 승진했다는 보도였습니다. 사실 1999년에도 행정자치부 최초 여성 서기관으로 승진해서도 보도된 적이 있어요. 그만큼 그 당시에는 여성으로서 직장생활이 녹록지 않았던 시절이었어요.
-그런데 고졸, 9급 출신이라니 더 놀랍군요.
▶서울여상을 졸업한 후 공무원이 되었어요. 돌아보면 저의 공직생활은 당시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에서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육아를 병행하면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기술의 전문성에 대한 위기의식이 있었죠. 그러니 끊임없는 도전의 연속이었고 진한 외로움 속에서 저 자신과의 싸움이었습니다. 결국은 여성 최초로 서기관과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하는 기쁨을 안을 수 있었습니다.
-명문대의 고시 출신들이 많은 중앙부처에서 고졸 출신인데 어떻게 전문성을 확보하셨나요?
▶당시에 우리 부처는 행정정보화 수준을 계속 고도화해야 했어요. 저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서 IT기술의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해 정보처리기술사를 취득했어요. 30대 후반이었는데 그야말로 주경야독의 피눈물나는 노력을 했죠. IT분야 최고 국가자격을 여성 기술사라는 홍일점으로 합격했을 땐 언론에 보도가 될 정도였어요(웃음). 특히 어린 두 손자를 정성껏 돌봐주신 어머님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매 순간 자기극복을 하셨겠군요.
▶직장과 육아와 공부를 병행하며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내 안에 있는 꿈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격언을 수없이 마음에 새기곤 했죠. 한편 외롭거나 고통스러울 때 신앙생활을 통해 하나님이 주시는 위로와 평안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공직에서도 결혼을 하거나 출산하면 은근히 사표를 강요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히 그녀에겐 즐겁고 신나게 생활하는 긍정마인드와 타고난 열정이 있었다. 어릴 때 늘 칭찬과 지지가 많았던 가족문화는 그녀가 성인이 되었을 때 어려움을 넘어 끊임없이 도전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교수님의 ‘최초’는 엄청난 노력으로 자신을 가꾼 성과물이군요. 그때 취득하신 기술사 자격이 퇴직 후 일을 확보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된 것인가요?
▶현직에 있을 때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취득한 기술사 자격은 정말 잘한 일이었어요. 기술사가 된 이후에 숭실대학교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석사와 박사학위까지 취득했죠. 우리나라 최초로 숭실대학교에 전산학과가 개설됐거든요. 기술사 박사학위를 마치고 나니 자연스럽게 전문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고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공직을 퇴직한 후에는 숭실대학교에서 5년간 초빙교수로 활동하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공직에 계실 때 생존을 위해 쌓은 기술사와 박사라는 전문성이 은퇴 후 준비로 연결된 아주 바람직한 케이스이군요.
▶공직자도 은퇴 후 삶을 설계할 때 자신이 젊은 시절 형성한 강점자원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제 경우에도 세 개의 강점 자원이 있다면 정부정책의 이해도, 디지털 기술의 전문성, 전문가 그룹에서의 인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공정보시스템의 구축 경험과 노하우는 민간기업 현장의 디지털전환에 대한 고도화된 컨설팅을 수행할 수 있는 단단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겠지요.
-교수님은 항상 전문성으로 승부해 왔는데 최근 몰두하시는 코칭은 어떻게 연결되나요?
▶저는 한국코치협회의 KPC(Korea Professional Coach) 자격과 미국 갤럽의 갤럽강점코치, 그리고 최근에는 국제코치연맹에서 인증하는 PCC(Professional Certified Coach) 자격을 취득했습니다. 기업컨설팅을 해 보니 기업은 맞춤형 디지털 전환을 해야 하지만 그와 별개로 회사조직을 움직이는 사람과 조직문화가 고도화돼야 진정한 성과를 이룰 수 있더군요. 그래서 시도한 게 바로 비즈니스 코칭입니다. 저는 지난 5년 동안 전문코치로서의 길을 걷기 위해서도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앞으로는 좀 더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비즈니스 코치로서의 전문성을 확대해 나가려고 합니다. 고객의 잠재 능력과 자원을 일깨워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도와드릴 수 있으니 행복합니다.
은퇴 이후 자기 사업을 하면 어느 시점 일이 확장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녀에겐 컨설팅에 코칭이 플러스되는 것. 이러한 기회의 확장은 잘 다려진 인간관계와 탄탄한 일의 기본기가 디딤돌이 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다.
-남성중심 공직문화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이겨낸 비법 한 가지만 말씀해주세요.
▶참으로 어려운 일들이 많았지만, 인간관계의 핵심은 역시 진정성이었어요. 한편으론 저를 객관화하는 습관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힘들 때마다 그 시간을 통해 저만의 생각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갈등의 상대방이나 일에 편견을 가졌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곤 했어요. 결국은 언젠가는 잘 될거라는 긍정 마인드로 마무리를 하곤 했죠. 제 영문 이니셜이 YES라서 긍정의 DNA가 장착된 거 같아요(웃음).
-좀 더 자세하게 말씀해 주세요.
▶여성 공직자들은 퇴직 후 적응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꿈을 가지고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일을 찾아 집중하면 해결되죠. 어려운 여건은 자신을 성장시키는 기회입니다. 빠르고 가까운 길 보다는 멀고 험난한 길이야말로 신이 주신 특별한 선물입니다.
-은퇴기의 공직자들에게도 한 말씀 해주세요.
▶제가 기술사와 박사에 도전했던 것처럼 현직에 있을 때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힘들다고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고통에는 뜻이 있다’는 말이 있죠. 인생에는 항상 행복한 여건만 주어지는 건 아닙니다. 어려움을 이겨낼 때 비로소 삶의 가치와 인생의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힘들 때일수록 꿈을 꾸어야 합니다. 인생의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갈 때 하루 한 달 일 년, 이렇게 나아가면 훨씬 단단한 삶을 꾸려갈 수 있습니다. 이때 목표를 잘 설정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알아야 해요. 은퇴기엔 특히 중요합니다.
독일의 철학자 괴테는 말했다. “꿈을 품어라. 시작하라.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용기를 발휘한다면 당신 속의 감춰진 천재성이 응답하고 기적을 일으킬 것이다.” 그녀에게 앞으로의 꿈을 말해달라고 하니,“독수리의 눈빛과 마라토너의 긴 호흡을 배워 더 높이, 그리고 더 멀리 뛸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꿈과 희망을 노래하고 싶다”고 했다. 유은숙은 외적으로는 부드럽지만 내면은 강하다. 자존감 높은 이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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