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치 전혀 현실 반영못해”
“고교생 아들의 한 달 학원비로 200만 원이 넘게 들다 보니 도저히 견디기 어렵습니다. 아이가 불안해 하니 학원에 안 보낼 수도 없고….” 부산 해운대구의 한 고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A(50대) 씨는 사교육비 부담으로 최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극심한 경기 침체 속에 사교육비 부담까지 크게 늘어나면서 서민은 물론 중산층의 삶이 무너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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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교육비 급증으로 학부모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17일 부산 연제구 거제동의 학원가를 학생과 부모가 지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17일 교육부와 통계청의 ‘2024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총액이 29조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교육 참여율은 처음으로 80%를 돌파했다. 지난해 전체 학생 수가 약 513만 명으로 전년 대비 8만 명이 줄었음에도 사교육비는 오히려 늘어났다.
부산지역 초중고교생 1인당 월 평균 사교육비는 2020년 28만3000원에서 지난해 48만3000원으로 4년 만에 1.7배 증가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특별·광역시 중 서울(67만3000원)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게 대부분 학부모의 의견이다.
사교육 시장이 과열되면서 최근 5년간 부산지역에서 발생한 심야시간 불법 교습 단속 건수는 9297건에 달했다. 2020년 1660건에서 지난해 2833건으로 1.7배 증가했다. 초중학생은 밤 10시, 고교생은 밤 11시 이후 교습을 받으면 불법 으로 간주된다.
사교육비 부담은 물론 고교 내신 성적을 받기 유리한 학교로의 전학을 위해 부모와 자녀가 함께 거주지를 옮기는 현대판 ‘맹모삼천지교’도 유행처럼 번진다. 수시 전형 중에서도 경쟁률이 낮은 농어촌특별전형이나 학생 수가 많아 내신 교과목 1등급을 받기 수월한 학교로 전학하는 것이다. 이 경우 사교육비는 물론 집 월세 등까지 더해져 부담은 더 커진다.
고교생 딸과 함께 해운대구에서 경남 거제로 이주한 B 씨는 “학원비에다 이사비, 월세 등을 합치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었지만 내신을 위해 학교와 거주지를 옮겼다”고 말했다. B 씨와 같은 학부모가 늘면서 부산에서 유일하게 농어촌특별전형이 적용되는 기장군의 정관신도시 등에는 학년당 학생이 400명에 달하는 대규모 학교가 많다.
이런 상황은 학원계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을 조장하는 것도 한몫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28학년도 대입 개편으로 올해 고1부터 고교내신이 기존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완화되지만 입시업계는 여전히 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학생이 4%에서 10%로 확대되는 대신, 최상위권 변별력이 떨어져 학생부종합전형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1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학원에 상담을 갈 때마다 내신 등급 완화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다.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힘들다”면서 “유명 학원에 보내려면 빚을 내야 할 판이어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