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글로벌빌리지(BGV) 외국어 강사 5명이 계약 만료(국제신문 지난 5일 자 8면 등 보도)로 사실상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당사자와 노조 등이 모여 위탁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간접고용 노동자를 위해 ‘고용승계 기대권’을 법제화해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가 지난달 13일 기장군청 앞에서 부산글로벌빌리지 소속 외국어 강사들의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전국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제공

전국민주일반노조 부산·강원본부 등은 24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실효성 확보 및 공공부문 용역근로자 고용승계기대권 보장을 위한 국회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지난해 4월 21대 국회 말미에 전국 각지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근로관계 승계 의무화 입법을 위해 모였지만 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며 “‘용역업체 변경’과 ‘계약 만료’라고 써도 해고라고 읽어야 하는 현실에서 원청인 기장군과 청와대 재단은 용역업체 뒤로 숨지 말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 현장 증언에는 부산 기장거점영어센터 위탁업체인 BGV의 간접고용 노동자인 원어민 강사 마이크 씨도 영상으로 참여했다. 마이크 씨는 “BGV는 일부 세금으로 운영하는 공적 기관이지만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단체협약을 여러 방식으로 어기고 4명의 조합원을 해고했다”며 “부산과 기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내는 세금이 노동법 위반에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달 말을 끝으로 BGV에서 일하던 외국어 강사 5명의 계약이 만료됐다. 지난해 3월 기장군이 거점영어센터 위탁을 BGV로 변경한 뒤, 11월 단체협약 때 고용승계도 합의했으나 계약 연장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노조는 사실상 협약을 어긴 부당 해고라고 주장하며, BGV는 정당한 계약 절차를 지켰다며 맞서 입장이 평행선을 달린다. 마이크 씨를 포함한 계약 만료 외국어 강사 대부분은 한국에서 가정을 꾸리고 정착한 이들로 전해졌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하은성 노무사는 “BGV가 해고가 아닌 계약 만료에 따른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사후 부당해고가 인정되더라도 ‘중대한 계약 위반’으로 계약이 해지되거나 추후 입찰 자격을 명시적으로 제한받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현장 증언에는 지난 1월 고용승계 문제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남 창원컨벤션센터 시설 관리 용역업체 소속 직원의 자녀와 국회 소통관 수어통역사도 나서 간접고용 당사자가 감수해야 하는 불안감과 부당함 등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