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가 축구장 2600개 규모의 임야를 삼킨 산청 산불의 피해 회복 대책을 마련했다. 전액 도비로 주민 1인당 3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지원하고, 생계비 등 지급 기준을 완화하는 게 골자다. 주택 소실 가구에 대해선 임시 거처를 제공한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민간 진화 헬기 이착륙 허가 간소화 등 산불 대응력을 높이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박완수 경남지사가 30일 산청군 시천면에 설치된 산불통합지휘본부 앞에서 도민 지원 대책 등을 발표하고 있다. 경남도 제공

경남도는 30일 산청군 시천면에 설치된 산불통합지휘본부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도민 지원 대책과 복구 계획 등을 발표했다.

화재 발생 열흘째인 이날 오후 1시를 기점으로 주불이 진화됐으며, 도는 현재 잔불 정리에 집중하는 한편, 정확한 피해 규모 등을 추산하고 있다.

박 지사는 “대한민국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 천왕봉을 산불로부터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은 헌신적으로 대응해 주신 330만 도민 여러분 덕분”이라며 “유가족과 부상자에게는 전담공무원을 배치하는 등 신속하게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도는 우선적으로 도비 30억 원을 투입해 1인당 30만 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 중 피해가 컸던 산청군 시천면·삼장면과 하동군 옥종면 주민 약 1만 명이 그 대상이다.

또 생계유지가 어려운 가구에 대해선 정부 긴급복지지원과 도 희망지원금을 통해 생계비, 의료비, 주거비, 난방비 등을 차등 지원할 계획이다. 도는 지급 기준에서 다소 벗어나는 경우에도 긴급지원 심의위원회를 열어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산불 피해 성금을 선지원하고자 현재 모금기관과 협의 중이다.

이와 함께 현장응급의료소 운영과 환자 모니터링, 재난심리서비스 등 의료 지원을 이어간다.

거주지를 잃은 가구에는 한국선비문화연구원과 조립주택을 활용해 임시 주거지를 제공한다. 장기적으로는 정부 주거비와 추가 융자 이차보전을 통해 주거 안정을 돕는다.

산청·하동 소상공인을 상대로 총 100억 원 규모의 긴급 경영안정자금을 융자 지원하고, 지역사랑상품권을 469억 원 규모로 확대 발행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끈다.

농업인에 대해서도 도 농어촌진흥기금을 통해 개인당 5000만 원(법인 3억 원)의 저리융자를 제공하고, 기존 대출 상환 유예와 이자 감면도 지원한다.

도는 산림 피해 복구 대책도 마련했다.

산사태 등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피해지 긴급 진단과 벌채를 실시한다. 또 지자체 현장 조사와 관계기관 합동조사를 통한 복구계획을 조속히 수립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연차별로 피해지역 특성에 맞는 조림 복원에 나선다.

이런 가운데 박 지사는 산불 대응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지적하며, 민간 헬기 즉각 투입을 위한 이착륙 허가 절차 간소화를 정부에 제안했다.

박 지사는 또 경남이 대한민국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과 연결된 점 등을 내세워 ‘국립 남부권 산불방지센터’ 설립을 건의했다.

그는 지자체 전문 진화대와 산림청 특수 진화대가 모두 장비와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야간에 헬기 투입이 어려워 진화에 제약이 따랐던 만큼 열화상 드론, 이동형 고출력 LED 조명 타워 등 전문 장비 확충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21일 오후 3시26분 산청군 시천면 신천리 일대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이후 강풍과 건조한 기상 여건 속에 빠르게 확산하자 산림청은 같은 날 오후 6시40분 ‘산불 3단계’를 발령하며 도와 함께 대응에 나섰다.

지난 23일 하동 옥종면, 26일 산청 시천면 지리산국립공원까지 불길이 번졌다.

30일 오후 1시까지 213시간 만에 주불이 꺼질 때까지 헬기 335대, 인력 1만6209명, 장비 1951대 등이 총동원됐다. 하루 최대 기준으로는 헬기 55대, 인력 2452명, 장비 249대가 투입됐다.

이번 산불로 임야 1858㏊(지리산 123㏊)가 소실되고, 2158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주택과 공장, 종교시설, 문화재 등 84곳도 불에 탔다.

도는 재발화에 대비해 24시간 상황실을 운영하고, 열화상 드론 등으로 산불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공중·특수진화대, 소방, 공무원 등 350여 명의 인력과 헬기 40대, 진화차 79대를 배치 중이다. 오는 4일 청명, 5일 한식을 앞두고 비상근무체계를 가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