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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00원 모든 대중교통 이용…고물가 신음 獨국민 열광

부산 대중교통이 갈 길 독일 정책서 배운다 <1> 1350만이 쓰는 독일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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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장관 뚝심정책 정치권 호응
- 2022년 月 9유로 시작한 티켓
- 폭발적 인기 속 인구 61% 구매
- 月 58유로 올라도 해지율 비슷

- 환경보호·교통비 절감 등 합쳐
- 연 30억 유로 사회적 편익 내
- 좋은 정책 앞에 보수·진보 없고
- 껄끄러웠던 노조까지 힘 보태

독일티켓은 ‘신호등 연정’이 거둔 최고의 성과로 지목된다. 숫자가 증명한다. 독일운송사업협회(VDV)의 조사를 보면 지난해 독일티켓 월 평균 구독자 수는 1350만 명에 이른다. 같은 해 독일의 대중교통 이용 횟수는 전년보다 3억 회 늘어난 98억 회를 기록했다. 사용자의 96%가 만족감을 드러냈고, 종전 49유로에서 올해 58유로로 요금이 뛰었는데도 티켓 해지율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뜻밖에도 ‘최고의 성과’는 우발적으로 탄생했다. 한국이 ‘비용 대비 편익’과 같은 지표로 정책 예상 효과를 검증하듯 독일도 투자 대비 효과에 민감하다. 그런데 독일티켓은 정책의 효율성을 따져볼 새도 없이 어느 날 밤 제안돼 곧장 시행에 들어갔다. 통상 절차에 견줘 매우 이례적이었다.

‘졸속 행정’이라 난타당해도 할 말 없을 정책이 어떻게 연정 최고의 성취로 떠올랐을까. 여기엔 정치가 정책을 위해 봉사하는 독일사회의 저력이 스며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역 플랫폼에서 이용객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신심범 기자
■어느 날 밤 던져진 제안

독일티켓의 시작은 ‘9유로 티켓’이었다. 2022년 6~8월 한시 도입된 정기권으로, 이름처럼 9유로(당시 기준 약 1만2000원)짜리 대중교통 정기권이었다. 그 무렵 독일은 고물가에 시달렸다. 그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영향이다. 팍팍한 생계에 한숨 쉬던 서민에게 9유로 티켓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운영 기간 팔린 티켓은 총 5200만 장으로, 독일 인구의 61% 수준이었다.

‘공짜’ 수준의 정책을 제안한 건 당시 라인란트팔츠주 교통부장관이던 폴커 비싱이다. 그는 자유민주당 소속 보수 정치인이다. 처음 그는 복잡한 요금 구조를 단순화하고 싶었다. 기존에 독일인은 노선을 갈아탈 때마다 표를 새로 구입했다. 철도 민영화로 노선별 사업자가 제각각인 영향이었다. 부산도시철도 3호선을 타다 부산김해경전철로 갈아탈 때 새 표를 사는 것과 같은데, 한국에 견줘 디지털 전환이 느린 독일에선 불편이 컸다. 그러니 짧은 거리를 이동할 때도 표가 여러 장 필요했다. 이에 표 한 장으로 쉽게 대중교통을 이용하게 만들자는 게 비싱의 생각이었다. 요금을 낮춰야 한다고도 여겼다. 독일에선 일회권 가격이 10유로에 이르는 도시도 있었다.

비싱은 2022년 3월 말 열린 연정위원회 야간 회의에서 불쑥 아이디어를 냈다. 최초의 제안은 ‘석 달에 90유로’. 즉 한 달에 30유로를 받고 통합 정기권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연정의 파트너였던 녹색당은 보수 정치인의 제안에 반대하지도, 시간을 끌지도 않았다. 오히려 취지는 유지하면서 가격은 획기적으로 낮춰보자고 역제안했다. 그렇게 연정은 9유로 티켓을 발표했다. 이 덕에 비싱은 재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보수층 일부의 비판을 들었지만 관료주의를 타파한 정치인으로 평가받게 됐다. 독일사회에서 관료주의는 공무원 조직의 복지부동을 가리키는 말로, 독일의 최대 단점으로서 자민당 등 보수 정치계가 공략하는 주 타깃으로 꼽힌다.

■한 해 30억 유로 벌어줬다

2022년 ‘9유로 티켓’을 처음 제안한 폴커비싱 당시 라인란트팔츠주 교통부 장관. 현재는 연방정부 교통부 겸 법무부 장관을 맡고 있다. 본인 제공
좋은 취지와는 별개로 독일티켓은 체계적 분석 없이 태동한 것이 사실이다. 정책 효과는 사후적으로 검증해야만 했다. 자동차 이용은 줄었는지, 대중교통을 이용한 이동 거리는 늘었는지, 유해물질 배출은 감소했는지 등이 주로 연구됐는데, 이용자 개인정보 취득·활용이 불가능에 가까운 유럽 국가 특성상 대부분의 연구는 설문조사나 패널조사로 진행됐다. 이 때문에 각 연구는 조사가 진행된 지역과 시기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여러 연구 중 눈에 띄는 것은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PIK)의 니콜라스 코흐 박사팀이 내놓은 분석이다. 코흐 박사팀의 결론은 독일티켓이 연간 약 30억 유로의 사회적 편익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에너지 비용, 교통비 절감, 환경 보호 효과를 포함한 수치다. 이들은 독일티켓이 없었다고 가정했을 때의 대중교통 사용량과 실제 사용량을 비교했다. 그 결과 독일티켓 도입으로 철도 이용 횟수는 30㎞ 이상 여행 기준 33.7% 증가했다. 자동차 주행거리는 5% 감소했다. 자동차로 100㎞ 이상의 장거리 운행을 하던 이들이 특히 독일티켓을 선호했다.

그런데도 전체 교통수단의 이동량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코흐 박사팀 소속 막시밀리안 암베르크 연구원은 “그만큼 도로에서 철도로 교통전환이 이뤄졌다는 의미다. 30㎞ 이상의 모든 이동 중 철도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10%에서 12% 이상으로 증가했다”며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로도 이어졌다. 자동차 교통으로 인한 연간 배출량이 약 430만~650만t 감소했는데, 이는 총 교통 배출량의 3~4.6% 감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좋은 정책에 너나없다

현재는 시민 다수가 반기는 정책이 됐지만, 처음 티켓이 탄생했을 때 운수업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수많은 승객이 전동차로 쏟아지는 광경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엄마가 아이를 미처 태우지 못한 채 홀로 출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독일철도운송노조(EVG) 등에선 대중교통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하자고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지만, 예고도 없이 터진 ‘폭탄’에 애를 먹어야 했다.

3년이 흐른 현재 EVG는 독일티켓의 굳건한 지지 기반이 됐다. 이들은 ▷최소 10년 이상 정책을 유지해 신뢰성 확보 ▷지역 요금이 적용되는 모든 교통수단에 적용 ▷현행 가격 유지 ▷노인 등 사회적 취약 계층을 위한 할인 제공을 주장하는 등 독일티켓의 확장을 요구한다. 티켓의 사회적 순기능을 직접 지켜봤기 때문이다. 단순히 통근비 부담을 덜어주는 수준이 아니었다. 지하철 티켓 요금조차 부담돼 집 밖을 나서지 못하던 저소득층이 오랜 시간 만나지 못한 친지를 보러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모습이 여러 연구를 통해 관측됐다. 돈 때문에 스스로를 가둔 이들이 티켓을 사 양지로 나선 것이다.

좋은 정책을 위해 비싱과 노조는 기꺼이 협력한다. 서로를 향한 신뢰가 주효했다. 자민당과 EVG는 전통적으로 껄끄러운 관계다. 서로 한자리에서 회동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러나 비싱은 2년 이상 노조 주관 교통 좌담회 등에 참석해 오랜 시간 속 깊은 얘기를 털어놓곤 했다. 노조와 가까운 정당 출신 장관도 하지 않는 일이었다. 정책 만들기에 진심이었던 비싱에 노조가 감복했다.

EVG 운송정책 담당자 마티아스 피퍼트 씨는 “처음엔 9유로 티켓이라는 ‘옳지만 설익은 정책’으로 고생이 많았지만, 이후 비싱과의 소통으로 49유로 티켓을 거쳐 지금의 독일티켓이 만들어졌다. 이 정도 가격은 용인할 수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신호등 연정

2021년 12월 출범한 연립정부의 별칭. 연정을 이룬 독일 사회민주당, 자유민주당, 동맹 90/녹색당의 상징색이 각각 빨강·노랑·초록으로 신호등 색깔과 같은 데서 유래했다. 내부 분쟁으로 지난해 11월 와해됐다.


※연구팀=이진 소장, 남원철 팀장(지역노동사회연구소 운영이사). 김상철 연구원(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 이영수 연구원(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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