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적용 혐의 바뀌며 감형 유력
- 불합치 결정땐 재판부 처분 미뤄
- 노동계 “제청 수용 자체가 문제”
‘부산 1호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재판부가 법률 시행 이후 처음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수용(국제신문 지난 28일 자 1면 보도)하면서 노동계와 법조계가 촉각을 곤두세운다. 법조계에선 위헌이 결정되면 ‘윤창호법’처럼 재심이 잇따라 열려 감형 또는 무죄 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하고, 노동계는 사업자와 대등하지 못한 노동자 사정을 고려한 중대재해처벌법 취지를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한다.
31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소된 사례는 지난해 10월까지 62건으로, 이 가운데 지난해까지 1심 판결이 선고된 사건은 모두 31건이다. 이 중 유죄가 나온 사건은 29건인데 ▷실형 4건 ▷징역형 집행유예 23건 ▷벌금형 2건 ▷무죄 2건 등이다.
현재가 중처법을 위헌으로 판단하면 법은 효력을 잃는다. 수사·기소 사건은 적용 혐의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이전보다 형이 줄어든다. 판결을 받은 이들이 재심으로 형을 깎거나 면소를 노릴 수도 있다. 상습 음주운전자를 가중처벌한 ‘윤창호법’의 위헌 결정 때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헌법불합치 결정 땐 재판부 등은 국회 법률 개정 때까지 처분을 미루게 된다. 지역 한 법조인은 “검찰이 공소를 취소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드물다. 적용 혐의가 바뀐 원청 경영주는 무죄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노동계는 위헌법률심판제청 수용에 반발한다.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는 최근 성명을 내고 법원 결정을 규탄했다. 이들은 2022년 창원지법이 ‘전국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을 두고 제기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점을 부각했다. 당시의 신청 사유 역시 이번과 마찬가지로 명확성·과잉금지·평등원칙 위반이었기 때문이다. 필요한 안전 조처가 무엇인지 불분명하고, 형량이 너무 세고, 비슷한 죄질의 범죄에 견줘도 형이 과해 불평등하다는 취지다.
당시 창원지법 재판부는 사업장마다 환경이 달라 안전 조처를 일률·획일적 수단으로 입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고의로 안전의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일어난 경우에만 법이 적용되므로 과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반면 부산지법 재판부는 ‘법률이 민법의 도급계약 법리(원청은 하청의 잘못을 배상할 책임이 없다)를 정면으로 부정해 정당성이 의심스럽다’는 취지와 함께 “시장경제를 흔들 수 있다”고 달리 판단했다.
금속노조 법률원 소속 김두현 변호사는 “(부산지법의 결정은) 법리 외부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며 “민법상 계약이 일하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하는 데 부족하기 때문에, 노동자와 사용자가 대등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노동관계에 대한 특별법으로 노동법이 존재하는 것이다. 법의 취지가 민법 법리와 다른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학계는 신중한 접근과 보완 입법을 주문한다. 부경대 정영훈(법학과) 교수는 “법률에 사업주가 지켜야 할 안전 조처를 일일이 열거하게 되면 사업주는 해당 조처만을 지킬뿐, 더 적극적으로 안전을 확보하려 하지 않을 수 있다”며 “잘 만들어진 안전 매뉴얼이 실제 현장에서 지켜지는지를 관리감독하는 등 법률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건수 |
시기 |
건수 |
2022년 |
611건(사망 644명) |
2023년 |
584건(사망 598명) |
2024년 |
553건(사망 589명) |
※자료 : 고용노동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