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터전을 잃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태마을 이석태(81) 씨가 철 구조물 주택이 불타 엿가락 처렴 변모한 철판을 가르키고 있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2일 화마가 휩쓸고 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태마을은 주택, 창고, 농기구 등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타 주저앉은 모습이라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집 내부에는 서랍, 액자 등 각종 가구와 생필품으로 보이는 것들이 까맣게 눌어붙어 있었다.

유령 마을이라도 된 듯 밖에 나와 있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마을 주변의 나무들은 검게 그을린 그루터기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산불로 잿더미가 되어버린 이재민 25명은 인근 한국선비문화연구원에서 기약 없는 대피 생활을 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김지순(74) 씨는 “산불이 꺼져도 50년 동안 쌓아온 터전이 없어져 돌아갈 곳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주택 전파로 금전적인 지원이 일부 된다고 하지만, 집을 새롭게 지을 수 있을 만큼은 아니다”라며 “집을 다시 지으려면 대출해야 하는데, 저를 비롯한 마을 주민들은 대출금을 갚을 만큼의 능력이 없어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태마을에서 만난 정병은(64) 씨는 “산불로 지역 특산물인 곶감을 생산할 수 없게 돼 살길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정 씨는 “이번 화재로 집과 창고가 폭삭 주저앉아 창고에 있던 곶감 건조기, 저온 창고와 건조장 내부에 있는 리프트(곶감 걸고 내리는 장치)까지 모두 타버려 남은 게 없어 올해 곶감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번 산불의 직격탄을 맞은 시천면은 지역을 대표하는 곶감 생산 지역이다.

산청 지역 곶감 1300여 농가 중 절반 이상이 이곳에 집중됐다.

산청군 시천면 중태마을 이석태(81) 씨가 산불 열기에 그을려 못 쓰게 된 감나무를 가르키고 있다.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주민들은 주 수입원인 감을 재배할 수 없게 돼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매년 4월이면 감나무에 꽃잎이 나기 시작하면서 농가들은 나무에 거름을 주고 방제약도 뿌리며 한 해 농사를 준비한다.

하지만 산청 곳곳에 있는 감 과수원에는 나무 기둥이나 가지 등이 열기에 그을리거나, 나무 자체가 통째로 타버리는 등 각종 피해가 속출해 농가들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2800㏊에 재배되는 밤도 30% 이상 피해가 우려된다.

송이 산양삼 등 특산물 생산 농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 가운데 송이는 법적으로 공식적인 재난 피해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탓에 피해를 본 주민들의 한숨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산청은 자연산 송이 수천 ㎏이 생산되는 곳이다. 산불로 산림 1158㏊이 불타는 등 버섯이 자랄 수 있는 포자가 불타 올가을은 물론 15~20년가량 송이 채취는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유명관광지인 동의보감촌 내 식당도 이재만이 대피해 있다는 언론보도이후 찾는 사람이 없고 예약손님이 끊겨 울상이다.

이번 산불로 산청군에서 주택 22채가 모두 불에 타고 6채가 일부 타는 등 모두 28채가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군은 오는 8일까지 산불 피해 신고 접수를 받고 있어 이후에 농작물 피해 규모가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화마가 휩쓸고 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태마을 내 주택.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검게 타 있다.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화마가 휩쓸고 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태마을 주택.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화마가 휩쓸고 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태마을 주택.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화마가 휩쓸고 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태마을 내 주택.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