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에게 유죄가 확정됐다.

3일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권 전 회장과 전주 손모 씨 등 9인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에) 구 자본시장법 위반죄에서의 시세조종행위, 시세조종의 목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손 씨에 대해서도 “방조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이들은 2009~2012년 차명계좌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21년 10월 기소됐다.

대법원 전경. 연합뉴스

1심은 피고인 9명 중 7명에게, 2심은 9명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권 전 회장은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받고 상고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김 여사 계좌 3개와 김 여사 모친 최은순 씨의 계좌 1개가 시세조종에 동원됐다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법정에서 권 전 회장은 김 여사 계좌에서 이뤄진 거래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고인 9명 중 김 여사와 유사하게 시세조종에 계좌가 동원된 ‘전주’ 손모 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유죄를 받았다. 검찰이 항소심 재판 중 예비적 공소사실로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재판부가 손 씨에 대한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손씨가 권 전 회장의 주가조작 범행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지하면서 수십억 원의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수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날 2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전부 기각했다.

김 여사는 권 전 회장의 시세조종 사실을 알고서 계좌를 제공했다고 인정할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받았다.

검찰은 김 여사 권 전 회장의 권유에 투자 목적으로 자신의 계좌를 일임하거나 직접 거래했을 뿐, 주가 조작은 인지하지 못했다고 봤다.

시세조종 ‘주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에서 시세조종 사실을 인식한 점이 명확히 드러나는 손 씨와는 유형이 다르다는 논리다.

김 여사가 범행에 관여된 기간(2010년 1월∼2011년 3월) 권 전 회장과 1차 주포 이모씨 외 주범들과 직접 연락한 증거나 정황이 없는 점 등도 무혐의 판단의 근거가 됐다.

네덜란드 출국 위해 서울공항 도착한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이 사건을 고발한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항고해 사건은 서울고검으로 넘어갔다. 지난해 11월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고검은 지금까지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이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고검은 중앙지검 수사에 미진한 부분이 있는지, 추가로 조사할 사항이 있는지 파악해 재기수사명령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손 씨의 방조 혐의에 대한 2심 유죄 선고 결과를 검토한 뒤 김 여사에 대한 무혐의를 결정했고, 2심 판단이 그대로 유지된만큼 이날 대법원 판결이 항고 사건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헌법재판소가 김 여사 수사에 대해 적절하게 수사했는지 다소 의문을 표했다는 점에서 ‘재기수사 명령’ 가능성이 완전히 닫혔다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