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심, 검찰 구형에 훨씬 못미쳐
- 시민단체 “법 가치 의심” 반발
‘부산 2호 중대재해처벌법 사건’으로 이목이 쏠린 기장군 공사현장 작업자 추락사 사건(국제신문 지난해 11월 28일 자 8면 등 보도)의 판결이 사건 발생 3년 만에 나왔다. 법원은 원청 대표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는데, 노동단체와 유족은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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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일 부산 해운대구 부산지법 동부지원 앞에서 중대재해없는 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가 부산 제2호 중대재해처벌법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인덕 기자 |
23일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 1단독 정왕현 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원청업체 대표 A 씨에게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해당 기업에는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하청업체 전 대표와 현장소장에게 각각 징역 1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크레인 기사에게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2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원청 대표 A 씨와 기업에 각각 징역 3년6개월, 벌금 3억 원을 구형했는데, 실제 형량은 크게 줄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2022년 11월 부산 기장군 건설 사업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40대 근로자가 불법개조한 크레인 위에서 작업대를 설치하다 2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검찰은 원청과 하청 모두 낙하 위험이 있는 곳에서 작업하게 하면서도 안전대책을 포함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근로자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해 기소했다.
정 판사는 “A 씨와 원청은 피해자 유족과 합의를 마쳤다. 또 피고인들은 반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재발방지 대책 등을 마련하거나 불법 개조 장비를 원상 복구했다. 이런 사정과 피고인의 나이 환경 등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1심 법원은 애초 이 사건의 선고를 지난해 11월 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족과 최대한 합의하라는 취지로 선고를 지난 1월로 이례적으로 연기했고, 이후 재판부 변경 등의 이유로 또다시 연기돼 솜방망이 처벌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실제 검찰 구형보다 낮은 형량이 나오자 노동단체는 반발했다.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 이숙견 공동집행위원장은 “검찰 구형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해할 수 없는 처벌 수준이다. 유족의 처벌불원서가 양형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정상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산지부 사무국장도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사망사고 처벌과 별반 다를 바 없는 형량이다. 중처법을 제정한 취지와 존재가치가 의심되는 판결”이라며 “중처법은 원청이 이윤만 가져가고 위험은 하청이 지는 ‘위험의 외주화 구조’를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졌다. 사법부는 법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