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뭐라노-보고 가이소] 근무태만이 부른 ‘순찰차 사망 사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해 8월 40대 여성이 탑승 36시간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경남 하동 진교파출소 순찰차. 국제신문 DB
지난해 여름은 유독 더웠습니다. 햇볕은 뜨겁다 못해 따가웠고, 더운 공기는 숨을 턱 막히게 했죠. 뙤약볕 아래 달궈진 땅은 지글지글 끓었습니다. ‘역대급 폭염’이라는 뉴스가 연일 이어졌습니다.

불볕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지난해 8월 16일 새벽 2시12분. 40대 여성 A 씨가 경남 하동군 진교파출소로 걸어옵니다. A 씨는 파출소 건물 앞에 3분가량 앉아 있다가 일어나서 문을 당기고 두드렸죠. 하지만 민원인이 방문하면 응대해야 할 안내대가 빈 탓에 아무도 그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파출소로 들어가지 못한 A 씨는 주차장에 세워진 순찰차를 향해 다가갑니다. 당시 순찰차 2대가 있었는데, A 씨는 문이 잠기지 않은 차량을 골라 뒷좌석으로 들어갔죠.

순찰차 뒷좌석은 손잡이가 없어 안에서는 문을 열 수 없습니다. 뒷좌석에 탄 용의자가 달아나는 것을 막기 위해 밖에서만 열 수 있죠. 앞좌석과 뒷좌석 역시 안전 칸막이로 막혀 앞쪽으로 넘어갈 수 없습니다. A 씨는 그대로 순찰차 뒷좌석에 갇혀버렸는데요.

지적장애 등으로 10년 넘게 병원 치료를 받았던 A 씨는 순찰차 안에서는 문을 열 수 없거나, 격벽이 설치돼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죠.

A 씨는 순찰차에 들어간 지 36시간 만인 17일 오후 2시께 숨진 채 발견됩니다. 그가 차량에 머문 이틀 동안 하동지역 낮 최고기온은 각각 35.2도, 34.7도를 기록했죠. A 씨는 16일 낮 12시부터 오후 4시 사이 열사병을 동반한 급성 심부전증으로 숨집니다.

‘경남 하동 변사 사건’ 원인을 발표하는 김남희 경남경찰청 생활안전부장.
① 살릴 기회 5번 놓쳤다

처음 알려진 때만 해도 그저 불운한 사고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점점 상황이 반전되죠. 인수인계 절차를 생략하거나 당직 업무를 소홀히 한 경찰의 ‘근무 태만’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사고 당일 당직 근무자 4명은 파출소 주변을 배회하던 A 씨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근무자 3명은 2층 숙직실, 나머지 1명은 1층 회의실에서 취침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는데요. 2명씩 짝을 이뤄 3시간 단위로 돌아가며 상황 근무를 서거나 휴식을 취하며 10분 내 출동 대기를 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습니다.

A 씨가 갇힌 순찰차는 16일 오전 6~7시 순찰하도록 지정돼 있었으나, 근무자가 잠을 자느라 그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순찰차는 A 씨가 차량 내부에 머물던 하루 반나절 동안 7차례 8시간의 순찰을 해야 했지만,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죠.

경찰은 주야간 근무 인수인계 과정에서도 A 씨를 조기 발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파출소는 4팀이 돌아가며 12시간씩 근무합니다. 매일 오전·오후 8~9시 두 차례 교대가 이뤄지는데요. 이때 차량 잠금 여부와 청결 상태는 물론 내부에 비치하는 음주감지기 개인정보단말기(PDA) 등의 장비도 점검해야 합니다. 이는 경찰청 훈령인 경찰장비관리규칙에 명시돼 있는데요.

하지만 경찰은 A 씨의 생존 추정 시간대인 16일 오전을 포함해 3차례 근무 교대 때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이 중 2차례는 차량 문을 열어 바깥에서 계기판을 보는 방식으로 운행 기록을 확인했으나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고, 순찰차 앞문이 잠기지 않은 것도 방치했습니다. 규정에 따라 차량 청결 상태와 장비 이상 유무를 살폈다면 A 씨가 숨지기 전에 발견했을 수도 있죠.

다시 정리하면 ▷A 씨가 현관에 접근한 때 ▷지정된 3차례 순찰 근무 때 ▷근무 교대 때 등 모두 5차례나 A 씨를 살릴 기회를 놓친 셈입니다.

경남경찰청은 진교파출소 직원 16명 가운데 휴가자를 제외한 13명을 전보했습니다. 사고 책임을 물은 겁니다. 경남경찰청은 또 감찰이 끝나면 결과에 따라 징계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죠.

② 15명 중 2명에게만 형사 책임 묻다

그로부터 9개월가량 흐른 지난 7일 근무 태만으로 피해자가 차량에 탑승할 빌미를 제공하거나 조기 발견 기회를 놓친 행위 등에 고의성이 인정되면서 경찰관 2명이 검찰에 넘겨졌습니다.

경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당시 진교파출소 경위 B 씨와 경감 C 씨를 각각 업무상과실치사와 직무유기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는데요.

B 씨는 지난해 8월 15일 주간 근무 중 차량을 이용한 뒤 오후 4시50분께 뒷좌석 잠금장치를 작동하지 않은 혐의를 받습니다. C 씨는 A 씨가 차량에 탑승하기 직전 파출소 입구에 3분가량 앉아 있을 때 안내대에 대기하는 근무 규정을 어긴 혐의를 받았죠.

하지만 이런 조처에도 경찰 수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A 씨가 차량에 탑승한 뒤 살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12시간 동안 제대로 근무하지 않아 4차례 구조 기회를 놓친 경위 D, E 씨와 경감 F 씨 등 3명이 불송치됐고요.

A 씨가 차량에 있던 36시간 중 사망 이후 24시간 동안 순찰을 빠뜨리거나 근무 교대 때 장비를 제대로 살피지 않아 A 씨의 존재를 몰랐던 8명 역시 내부 징계 대상에 올리는 데 그쳤습니다. 앞서 경찰은 지난 2월 관리 책임이 있는 하동경찰서장 등 2명에게도 ‘직권 경고’ 처분을 한 바 있죠.

이번 사건과 관련해 15명이 징계 대상이 됐지만 결과적으로 2명에게만 형사 책임을 물어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3. 3올해 7개월간 ‘사이버 도박’ 검거 10대 267명…작년 전체보다 많아
  4. 4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5. 5‘서해피격 공무원 월북’ 수사 발표 해경총경, 직위해제 취소소송 승소
  6. 6“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7. 7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8. 81243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5억 9252만 원씩
  9. 9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10. 10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1. 1“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2. 2[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3. 3군·유엔사 ‘DMZ 지뢰 추정 폭발’ 현장 조사 절차 시작
  4. 4조희대 대법원장 '재제청 거부' 여진…여야 공방 계속
  5. 5李대통령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조속 재개해야”
  6. 6국힘, DMZ 지뢰사고 공세 지속…“증거유실 기다리나”
  7. 7[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8. 8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9. 9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10. 10[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1. 11243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5억 9252만 원씩
  2. 2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3. 3빠르게 느는 '10대 마약밀수범'…올해 적발인원, 작년 넘어서
  4. 4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5. 5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6. 6[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7. 7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8. 8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9. 9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10. 10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1. 1만남 거부했다고 차에 감금 후 고속도로서 여자친구 때린 60대
  2. 2부산·울산·경남 흐리고 일부 지역은 비
  3. 3올해 7개월간 ‘사이버 도박’ 검거 10대 267명…작년 전체보다 많아
  4. 4‘서해피격 공무원 월북’ 수사 발표 해경총경, 직위해제 취소소송 승소
  5. 5“죽여버리겠다” 음주운전 출소 나흘만에 신고자 협박한 60대
  6. 6제주 천지연폭포서 사진 촬영 중 추락…50대 관광객 숨져
  7. 7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8. 8비 와도 ‘부캉이’ 보러 북항 북적…추석 연휴 23만명 몰려
  9. 9[날씨칼럼] 가을 태풍, ‘설마’하는 안일함보다 ‘미리’ 대비해야
  10. 10부울경 오후까지 흐리고 비…낮 최고 22∼24도
  1. 1우승 타이틀 박탈 위기…맨시티 ‘유죄 판단’보도에도 회장 “결백 입증하겠다”
  2. 2[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3. 3남자 사브르, 일본에 45-44 역전승…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
  4. 4한국 남자핸드볼, 중국 꺾고 8년 만에 아시안게임 4강
  5. 5[속보] 여자농구, 일본 꺾고 12년 만에 금메달…남녀 동반 우승
  6. 6한국 야구, 중국 꺾고 결승 진출…27일 일본과 금메달 결정전
  7. 7[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8. 8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9. 9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10. 10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위기가정 긴급 지원
재활치료 다문화가정 가장…치아 없어 식사도 못해
풀뿌리 인디 죽이는 규제
현장 요구 日 행정 수용…음식점 소공연장 춤 허용 이끌어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