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권조사 확대·전수조사 제도화
- 상설 조사기구 도입 목소리 봇물
부산 영화숙·재생원 사건 등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을 비롯한 국가폭력 실태를 규명해 온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가 오는 26일을 끝으로 활동을 종료한다. 부산 칠성원 등 여전히 조사가 필요한 시설이 남아있는 데다, 미처 신청하지 못해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이가 많은 가운데 ‘신청주의’의 한계를 깨고 상설화된 조사기구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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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9일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가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규명 권고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 등은 1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과거사법 제·개정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영화숙·재생원 지원단 간사를 맡은 공익법단체 두루의 이주언 변호사는 피해자의 존엄성을 회복하고 시설 전반의 체계적 조사를 상설화하는 취지의 과거사법 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신청주의’ 조사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짚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과거사법 개정안은 13건으로, 조사기간 연장이나 피해보상 방안, 추모·위령사업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개정안 대부분이 피해자의 직접 신청을 요구하는 조사 방식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러면 조사기간을 늘려도 트라우마를 겪는 피해자 등이 진상규명을 직접 신청하기 힘들고, 당대 수용시설 체계를 구조적으로 살피기도 어렵다.
형제복지원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진화위가 3차례에 걸쳐 조사했으나 조사 사실을 몰랐거나 신청 시기를 놓친 이가 많아 ‘미가입피해자협의회’ 등이 꾸려지기도 했다. 또 지난해 9월 진화위가 진실규명한 대전 성지원 사건 등은 형제복지원 사건 조사 중 파악된 사실과 인물을 토대로 확인이 이뤄졌다. 시설이 아닌 체계를 조사해야 하는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다.
국회에는 과거사법 외에도 형제복지원 특별법 등 개별 시설에서 일어난 피해에 관한 법안도 발의됐다. 이 변호사는 이런 유형의 법은 피해자 인정 범위가 좁아 한계를 갖는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집단수용시설 피해자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만큼 인권침해에 포괄적으로 접근할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중단 없는 진상규명과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이 같은 문제들을 아우르는 특별법을 제정하되, 진화위 활동이 중단될 때에는 독자적인 위원회로 운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신청주의의 한계를 고려해 직권조사를 확대하고 전수조사 방식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진화위는 입법 목적을 달성 때까지 상설로 운영돼야 하며, 피해자를 위한 별도 법률을 만든다면 그에 따른 기구도 상설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2기 진화위의 조사기간은 오는 26일 끝난다. 오는 11월 26일 종합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하면 모든 활동이 종료된다. 이런 까닭에 지난 11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 씨가 광안대교 상판에 올라 국가의 사과 등을 담은 특별법 제정과 조속한 보상, 진화위 재구성 등을 주장하며 농성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