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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침해 의사 판단 받아오라? 피해지원 황당 절차 논란

교권보호위 교권침해 인정 교사, 힐링센터서 진단서 또 요구받아

  • 이유진 기자 eeuu@kookje.co.kr
  •  |   입력 : 2025-05-20 19:30:02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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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의학적 진단만… 기재 곤란”
- 노조 “피해 상기시키는 2차 가해”
- 센터 “없어도 무관 … 개선하겠다”

부산의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A 교사는 최근 교권보호위원회를 통해 교권 침해 사실을 인정받았다. 그는 이를 토대로 부산시교육청이 운영하는 교원힐링센터에 치료비 지원을 신청했으나, 제출한 진단서에 ‘교권 침해’ ‘학교 근무 중 피해’ 등의 문구가 있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A 교사는 하는 수 없이 병원에 이런 내용의 진단서가 필요하다고 요청했으나 , 병원 측은 “(해당 내용은) 의학적 진단이 아니므로 기재해 주기 곤란하다”고 거부했다. A 교사는 병원과 교원힐링센터, 1395 콜센터 등에 여러 차례 연락한 끝에 겨우 센터가 요구한 진단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부산시교육청 교원힐링센터. 부산시교육청 제공
교권 피해 교사를 지원하기 위해 설치된 교원힐링센터가 오히려 피해 회복을 어렵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부산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교사 신분 인증을 통해야만 접속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 교사와 비슷한 사례를 겪었다는 경험담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부산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유사 사례가 나타난다.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교권 침해를 받은 교사가 피해 지원을 받기 위해 교원힐링센터에 피해 사실을 다시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부산교사노조는 “교원힐링센터의 요구는 회복 지원 과정에서 교원의 피해를 다시 상기시키는 명백한 2차 가해”라며 “진단서는 의료기관의 의학적 판단에 기반해 작성되는 문서로, 피해 원인을 명시하는 것은 의사의 재량이자 책임이다. 교육청 산하 기관이 이를 강제하거나 피해 지원 거부 사유로 삼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교원힐링센터는 교권 침해 피해 교원의 진단서를 다시 요구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센터 관계자는 “진단서에 교권 침해로 치료를 받았다는 문구를 1차적으로 요구하지만, 없어도 상관없다”며 “올해 접수된 16건의 치료비 신청에 대해 지급을 모두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학교장 의견서가 있으면 진단서 없이도 치료비를 지원한다”며 “피해 교원이 심리적 부담감을 느꼈다면 이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는 별개로 부산교사노조는 지난해 부산에서 223건의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린 데 반해 교원힐링센터가 처리한 악성 민원은 20건에 불과하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는 교권 침해 발생 자체의 감소가 아니라 관리자가 교사 보호의 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실태가 만연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김한나 부산교사노조 위원장은 “피해 교원의 회복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와 시스템이 오히려 정신적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교육청은 지금이라도 상황을 바로잡고, 교사들의 피해 회복 및 교권 침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진정성 있게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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