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업체 무작위 선정 필요”
작업 중 노동자 6명이 화재로 숨진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화재 참사에서 감리업체를 상대로 한 시공사와 시행사의 전방위적인 압박과 회유가 있었던 것이 경찰 수사로 확인(국제신문 지난 9일 자 3면 등 보도)된 가운데, 건축업자가 소방시설 감리업체를 지정하는 현행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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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 등이 20일 부산 연제구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시공사와 시행사의 경영책임자에 대한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조성우 기자 |
20일 소방시설 감리업계 등에 따르면 소방시설공사업법 상 건축물의 소방시설 감리업체는 일정 세대 이상 공동주택 외에는 대부분 건축사업자(시행사)가 지정해 계약할 수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소방시설을 시공할 때 감리업자를 공사감리자로 지정해야 하는데,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을 제외한 대부분 일반 건축물은 수의계약할 수 있는 것이다.
반얀트리 화재 참사는 당시 소방시설 다수가 설치돼 있지 않았음에도 책임준공기한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 것이 원인 중 하나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감리업체가 시행사·시공사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고 부실하게 사용승인 절차를 밟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당장 건축물 사용승인이 시급하거나 시행사와 시공사가 ‘한 몸’이 되는 등 이해관계가 겹치면 제대로 된 감시가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리는 건축사업자가 시공사에 공사를 맡기면 감리업체를 지정해 공사 전반의 감시를 맡기는 제도다.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의 시공사 삼정기업은 시행사 루펜티스 컨소시엄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은 지난해 11월 말 책임준공기한을 넘기면서 PF대출 채무액 2438억 원을 시공사가 인수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다행히 실제 배상이 발생하진 않았으나 준공이 시급해진 만큼, 시공사는 뇌물과 회유로 감리업체를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감리를 통해 소방시설 감시를 맡긴 시행사 역시 지분으로 얽혀 ‘운명공동체’가 된 만큼 범행에 가담했다. 당시 공정률은 91%였다.
여기에 사용승인을 내주는 기관 역시 현장 확인을 하지 않아도 되는 맹점이 드러났다. 관할 지자체와 소방서는 각각 업무대행 건축사와 소방시설 감리가 현장을 확인하고 작성한 서류를 토대로 적정성 여부만 따진다. 심지어 반얀트리 화재 참사는 기장군의 업무대행 건축사가 현장 조사 없이 허위로 검사조서를 작성한 사실도 밝혀졌다. 정작 이렇게 허위로 서류를 작성해 제출해도 2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지는 등 실효성이 적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정 기준을 두고 감리업체를 무작위로 배정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동의대 류상일(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현재 방식은 수험생이 채점자를 선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방이 직접 검사를 하면 가장 좋으나 인력 부족 등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대신 일정 기준을 두고 감리업체를 선별해 소방청에 등록시킨 뒤, 이 중 무작위로 선정된 업체가 검사조서를 직접 소방에 제출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