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전 삼청교육대로 끌려가 가혹행위에 시달린 피해자들이 당시 벌어진 인권유린의 불법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손해배상 청구 시효를 적용할 수 없어 국가 책임이 인정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삼청교육대. 국제신문 DB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민사11부(이호철 부장판사)는 삼청교육대 피해자 A 씨 등 8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들은 1980년 부산지역 경찰서에서 검거돼 각 군부대 내 삼청교육대에 수용돼 순화교육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여러 신체 부상을 당해 후유증을 호소해왔다. 이번 판결로 피해자들은 5000만~1억9000만 원을 위자료로 받게 됐다.

　A 씨는 1980년 8월 부산 동부경찰서에 검거돼 제15사단과 제11사단에서 순화교육을 받은 뒤 근로봉사에 처했다. 1981년 1월에는 보호감호 처분을 받고 수용돼 같은 해 10월 출소했다. 그는 당시 여파로 무릎을 제대로 펴지 못하는 부상을 당했다. 다른 이들도 1980년 7월~12월 부산지역 경찰서에 붙잡혀 군부대에 입소당해 순화교육을 받아 고통받았다.

　삼청교육대는 1980년 사회악 일소를 명분으로 계엄법에 근거해 만들었다. 피해자들은 당시 정치·사회 상황이 계엄법에 규정된 ‘군사상 필요한 때’에 해당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또 신체·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명시한 헌법에도 위배된다고 봤다. 반면 피고 대한민국은 이들이 2004년 제정된 삼청교육피해자법상 보상 대상으로 지정되는 등 삼청교육대의 불법성을 안 지 수 년이 흘러 손배 청구 시효(3년)를 넘겼다고 항변했다.

　기존 삼청교육대 사건 피해자들은 청구 시효에 발목이 잡혀 국가책임을 인정받지 못했다. 그러다 2018년 헌법재판소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경우엔 그로부터 3년까지는 소멸시효를 문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추세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의 원고들은 피해자들은 진실화해위 진실 규명을 신청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소멸 시효의 계산 시점 등이 이번 사건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를 두고 재판부는 “삼청교육피해자법에서 말하는 보상금은 상이에 대한 장애보상금 등에 국한돼 있는 바, 원고들이 이 사건에서 구하는 정신적 손해배상 채권과 구별될 뿐 아니라 삼청교육 자체의 위법성 등에 관해서는 아무런 기재가 없다”며 “보상을 받았다고 해서 삼청교육 자체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인식했다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과거 삼청교육대에 수용된 이는 3만9742명으로, 하루 16시간씩 4주간 순화교육을 빙자한 가혹 행위에 시달렸다. 원고들을 대리한 맑은종합법률사무소 김혜리 변호사는 “오랜 기간 고통받았을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이 이번 판결을 계기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