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배송 지침을 거부하며 대체 업무자의 일을 막아선 민주노총 소속 택배 기사들을 두고 ‘점장의 업무를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며 업무방해 유죄를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10단독 허성민 판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택배 기사 A(30대) 씨 등 8명에게 벌금 70만~100만 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2021년 10월 1일~8일 대체 배송을 지시받은 기사들이 택배물을 싣지 못하게 막는 방법 등으로 집배점 점장의 업무에 지장을 준 혐의를 받았다.

1심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피해자인 부산지역 CJ대한통운 집배점 점장은 2021년 10월 1일 대체 배송을 계획했다. 기존의 택배기사 3명이 낮 12시 이후에 도착한 화물은 당일배송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기 때문이다. 당시 민주노총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과 당일배송 지침을 두고 대립 중이었다.

이런 가운데 A 씨 등 8명은 당일 오후 2시~3시40분 부산 동구 택배화물 분류장소에서 번갈아가며 대체 배송을 막았다. 대체 기사들이 택배물을 차량에 싣지 못하게 막거나 짐칸에 넣은 택배물을 다시 빼는 방식을 동원했다. 같은 달 7일 오후 2시~2시30분에는 A 씨 등 3명이 A 씨 택배 차량을 가로로 주차해 다른 차량이 차를 댈 수 없도록 막고, 대체 배송을 지시받은 기사들이 택배물을 싣지 못하도록 감시했다.

A 씨 등은 택배 배송이 기사의 업무이지 점장의 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택배 운송을 가로막는 일이 점장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택배 기사는 집배점 소속 노동자가 아니라 배송 업무를 위탁받은 일종의 개인사업자며, 점장에게는 이들의 일을 총괄할 권한이 없다는 취지다. 또 이들은 당시 대체 배송 때 사용된 차량은 정식 등록 차량 아닌 일반 트럭이라 불법 업무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허 판사는 “고객에 대한 배송일정에 지장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피해자가 대체 택배기사 투입을 지시한 이상 피해자는 자신의 주된 사무로서 해당 화물의 배송 업무를 처리한 것이라 판단된다”며 이들의 행위가 점장의 업무를 방해한 것이 맞는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