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킥보드 탄 아동, 승합차에 치여
- 사하구 안전 인력 전무 도마 위

지난 12일 부산 사하구 다대포해수욕장 인근 건널목을 지나던 아동이 승합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은 구가 주최한 ‘꿈의 낙조분수 음악쇼’가 끝난 직후로, 구 추산 1000명이 넘는 인파가 한꺼번에 움직이는 등 혼잡이 극심했으나 구와 경찰은 일대에 교통 통제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사하구와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8시30분께 다대포해변공원 관리센터 앞 건널목에서 A(70대) 씨가 몰던 승합차가 킥보드를 타고 건널목을 지나던 B(6) 군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 군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지만 숨졌다. 이 도로의 건널목에는 신호등이 없었다. 경찰은 A 씨가 전방 주시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그를 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사고 발생 시간대는 ‘꿈의 낙조분수 음악쇼’가 끝난 직후로, 일대가 매우 혼잡했다. 구는 지난 4월부터 오는 10월까지 이곳에서 ‘음악 분수쇼’를 매일 오후 1회, 주말 오후 각 2회씩 20분간 실시한다. 구 시설관리사업소는 이날 음악쇼 관람 인원을 1000여 명으로 추산한다. 더욱이 이때는 다대포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과 주말 나들이객 등이 뒤엉켜 복잡한 상황이었다. 이날 다대포해수욕장 방문 인원은 5만2877명(구 추산)으로 집계됐다. 사고 현장을 직접 목격한 소모(29) 씨는 “분수쇼를 보고 빠져나오는 인파와 몰운대주차장에 들어가고 나오는 차량이 한꺼번에 몰려 도로 일대가 아주 복잡했다”며 “음악소리와 경적이 뒤엉켜 정신 없는데 안전 통제 인력이 한 명도 없어 아찔했는데 안타까운 사고가 났다. 주변에 피해 아동 또래가 많아 사고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을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방문객이 대다수라 교통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했지만, 도로 교통 안전 인력이 부재했다. 구 관계자는 “광장 내부에 기간제 노동자 13명을 배치해 행사 질서 유지 조처했다. 행사가 끝난 이후 도보와 인도에는 별도의 안전 통제 인력을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하경찰서도 인근 다대파출소에 3명을 배치해 해수욕장 치안 유지 활동을 했지만, 사고 당시 도로에 교통 통제 인력을 배치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운전자가 70대라는 점을 들어 사고 원인을 고령 운전으로 보고 있지만, 전문가는 지자체의 안전 인력 배치 미흡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한다. 보행자가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을 지날 때 차량 이동을 막아주는 인력만 있었더라도 사고는 피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지역축제(최대 1000명 이상) 개최시 지자체장은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안전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부경대 함혜현(경찰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일차적으로는 건널목에서 보행자를 확인 못 한 운전자의 전방 주시 의무 위반이 원인이었지만 인파가 많고 주의가 산만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다중운집행사와 관련해 지자체의 안전 관리 책임이 강화됐음에도 지자체가 교통안전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지 않았다. 안전사고가 예상되는 지점을 사전에 살펴 충분히 안전 인력을 투입해 인명사고에 대비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