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건 벌어진 2호선 객차 CCTV
- 실시간 연동 안 돼 대응에 한계

외국 현직 외교관이 만취 상태로 부산 도시철도에서 강제추행과 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이 발생한 도시철도 객차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만 실시간 모니터링이 불가능해 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해운대경찰서 전경. 부산 해운대경찰서 제공

부산 해운대경찰서는 최근 강제추행과 폭행 혐의로 온두라스 외교관 A 씨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A 씨는 지난달 19일 오전 6시30분께 부산 도시철도 2호선 민락~센텀시티 구간을 지나던 차량에서 한국인 남성 B 씨를 상대로 신체 접촉을 한 뒤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A 씨는 만취 상태였으며, 신체 접촉 문제로 B 씨와 다퉈 함께 차량에서 내린 뒤 폭행을 저질렀다. A 씨는 출장 차 부산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주한온두라스대사관에 공문을 보낸 상태다”고 전했다.

이처럼 도시철도 차량 내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일부 호선은 실시간 대응이 어렵다. 부산교통공사에 따르면 도시철도 1~4호선의 모든 차량에 CCTV가 설치돼 있으나, 정작 관제실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호선은 1·4호선뿐이다. 실시간 공유가 가능한 철도통합무선망 기술이 2·3호선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열차 내부가 사건사고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관사실에서 CCTV 화면을 확인할 수 있지만, 운행에 집중해야 해 차량의 상황을 보고 즉각 대응하기는 어렵다. 앞서 지난 5월 31일 서울 도시철도 차량 방화 사건 때도 열차 내 보안 카메라 영상이 실시간으로 공유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지만 열차 내 범죄는 증가 추세다. 부산 도시철도 차량 내 사건사고는 2023년 171건, 지난해 190건에 달했다. 특히 폭행과 강제추행은 한 해 약 30건씩 발생했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내년 3월 기술이 구축되면 1~4호선 모두 CCTV의 실시간 연동이 가능해진다”며 “현재 전동차 내부에 문제가 생기면 알람이 뜨고 기관사실에서 관제실로 링크가 전해지는 등 신속하게 대응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