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조사에서 학대와 강제노역 사실이 확인된 아동보육시설 덕성원의 피해생존자들이 부산의 한 요양병원의 복지재단 법인 설립을 취소해달라고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해당 재단이 사실상 덕성원의 후신이라고 주장했다.

덕성원 피해생존자협의회가 14일 오전 해운대구 한 요양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복지법인 은화복지재단이 덕성원의 후신격인 법인이라며 설립 허가를 취소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조성우 기자

덕성원 피해생존자협의회는 14일 오전 10시 해운대구 한 요양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복지법인 은화복지재단의 설립 허가를 취소해달라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덕성원은 설립자 일가에 의해 법인이 바뀌어 운영돼 현재의 복지재단이 됐다”며 “이들 역시 사과 없이 침묵해 2차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시가 덕성원의 법인 변경을 승인해 신분세탁을 방조했다”고 덧붙였다.

덕성원은 1953년 부산 동래구(현 해운대구)에 설립된 아동보육시설로, 지난해 10월 진화위 조사에서 구타와 가혹행위, 강제노역이 자행된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또 당시 시가 덕성원에 아동 수용과 전원을 지시하고, 보조금을 준 사실도 있다고 드러났다. 시설은 1996년 사회복지법인 덕성원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2000년 폐원했다. 이후 이름을 변경한 법인이 현재 해운대구에서 노인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협의회는 시가 사과를 하고 피해자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11일 덕성원 피해자들의 국가배상 청구 소송의 첫 재판에서 시는 피해자 42명의 청구 기각을 요청했다. 덕성원과 시가 관계가 없기 때문에 과실도 성립될 수 없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협의회 안종환 대표는 지난달 23일 해운대경찰서에 덕성원에서 자행된 학대 혐의로 요양병원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들은 15일 부산시청과 부산경찰청 앞에서도 기자회견과 집회를 이어갈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덕성원의 과거 법인 고유번호와 지금의 재단법인 번호가 동일하지만 이사 등 관계자들은 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법인 설립 허가 취소를 위해서는 정해진 기준이 있는데, 이번 사안은 법적으로 검토했을 때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