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장 내부 사고방지에 국한
- 피서철 인파 예상됐는데도
- 소극적 행정이 사고 불러

지난 12일 발생한 부산 사하구 다대포 해변 교통 사망사고(국제신문 14일자 8면 보도)와 관련해 당시 구가 주최한 ‘꿈의 낙조분수 음악쇼’가 끝난 직후 혼잡한 상황임에도 교통 통제 인력이 없었던 원인은 애초 안전관리계획 수립 단계에서 교통 통제 계획을 빠뜨렸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구는 부실한 안전 관리로 인한 사고에 책임을 통감하고 안전 인력과 시설물 보강에 나서기로 했다.

14일 부산 사하구 ‘2025년 다대포 꿈의 낙조분수 운영 안전관리계획’을 보면 구는 교통 통제 인력 배치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계획안은 분수대 광장 내부에서 벌어질 안전사고를 막는 데 국한됐다. 구 시설관리사업소는 음악쇼 관람 인원을 1000명 정도로 보고 있었다. 당시 사고는 음악쇼 직후 쏟아진 인파와 다대포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 등이 뒤엉켜 일대 인도와 도로가 마비, 건널목에서 아동이 차에 치여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구는 안전관리계획을 검토해 보완하는 안전심의위원회도 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찰·소방 등 유관기관 협조 요청과 역할 분담 논의도 하지 않았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축제기간 중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축제 개최 땐, 지자체장은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안전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구는 이 행사가 지역축제 명칭을 쓰지 않는 등 지역축제에 해당한다는 것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포괄적 안전 의무를 명시한 현행법과 달리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은 참여 인원이 많지 않아도 일시적으로 인파가 몰릴 것이 예상될 때 교통 통제 인력을 배치하라는 지침이 수차례 나온다.

반면 수영구는 이를 토대로 ‘드론·레이저쇼’에 지역축제 명칭이 없어도 안전관리 계획을 세우고 관련 심의도 연다. 안전관리계획안을 보면 교통 통제 인력(34명)을 두고 상세한 배치 지도까지 마련했다. 수영구 관계자는 “교통 통제는 시민 안전과 직결되므로 수년간 투입된 구청 내 숙련 직원을 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지자체가 주최하는 중·소규모 지역축제가 늘어나는 만큼 적극 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경대 함혜현(경찰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순간 최대 관람객이 1000명이라는 기준에 갇혀 중·소규모 지역축제에 안전 사각지대를 두지 말고 현장 점검을 통해 지역 실정에 맞는 안전 대책을 충분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사하구는 대책 회의를 열고 안전관리계획 강화에 나섰다. 이갑준 구청장은 “미숙한 안전 관리로 자식을 잃은 유가족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안타까운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교통 통제 인력을 대거 보강하고 경찰과 협의를 거쳐 안전 펜스 등 시설물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