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폭우로 경남 산청 지역이 대규모 산사태를 겪었지만, 원시림을 간직한 지리산은 단 한 건의 산사태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잦은 벌목과 임도 개설 등이 산사태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규모 산사태로 2명 사망 1명 중상의 사상자를 낸 산청군 산청 부리마을 전경. 김인수 기자 iskim@kookje.co.kr

지리산 국립공원 사무소는 지난 19일 발생한 폭우 이후 지리산 전역을 드론 등을 이용해 조사한 결과, 일부 비탈면은 흘러내린 곳이 발견됐지만 산사태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30일 밝혔다.

지리산 국립공원 사무소는 하루 8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자 드론 등으로 탐방로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도 일부 탐방로 비탈면은 흘러 내린 곳이 발견됐지만 산사태 발생은 전무해 다른 산사태 지역과 대조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남 전남 전북 등 3개도 1시 4군에 걸친 48만3022㎢ 규모 지역에는 이번 호우로 지리산 중산리 776.5mm, 세석 대피소 728.5mm 등의 폭우가 왔고, 산청 지역과 비슷한 강우량을 보였다.

지리산 국립공원 경남사무소 박선홍 자원보전과장은 “국립공원 지리산은 천연림이기 때문에 안정적이며, 인위적인 벌채나 조림이 없었다. 이번 폭우에도 지리산 국립공원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국립공원 구역 내 도로 비탈면은 무너져 내렸지만, 산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반면 벌목이 잦고 임도가 개설된 산청 지역 임야는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다. 

산 능선에서 양쪽으로 흘러내리며 발생한 이번 산사태는 산청군 산청 부리마을 등을 덮쳐 4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이곳은 15년 전 산불이 나면서 나무를 모두 베고 조림한 곳이었다.

내부마을 주민이자 산사태가 일어난 땅의 소유자인 노용수 전 산청군 의원은 “2010년께 산불이 났고, 산불 뒤에 군에서 소유자들의 동의를 얻어 벌목하고 새로 나무를 심었다. 벌목 과정에서 사업자가 임시 임도를 냈다”고 말했다. 이어 “벌목과 임시 임도가 산사태의 원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사태가 주택 여러 채를 덮친 산청군 단성 및 사울리 지역도 2013년 벌목하고 수종을 속성수로 바꾼 지역이다.

환경단체들은 폭우와 함께 산림 벌채 정책을 산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민영권 산청난개발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산청 산사태 지역은 나무를 벌목한 지형들이 대부분이다. 임도와 겹치면서 발생한 곳도 있고 임도에서 단독으로 산사태가 발생한 지점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산림청 관계자는 “이번 산사태는 벌목이 아닌 엄청난 폭우로 인한 것이다. 벌목을 하면서 산사태 예방 조치도 함께 하고 있다. 벌목을 산사태의 원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