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과 관련해 불법 행위 의혹을 수사 중인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외교부의 대사 자격 심사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채상병 사건 외압·은폐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순직해병특검팀이 서울 외교부 청사 압수수색에 나선 지난 6일 외교부 모습. 연합뉴스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당시 심사의 실무 작업을 담당한 외교부 관계자들은 최근 특검팀 참고인 조사에서 “이 전 장관의 자격 심사가 서면으로만 진행됐고, 이미 적격이라고 적힌 서류에 위원들이 서명만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대사 등 재외공관장의 자격 여부를 심사하는 공관장자격심사위원회는 외교부 차관과 관련 부처(인사혁신처 행정안전부 법제처 등) 공무원 등 10명으로 구성되며, 원칙적으로 7명 이상의 위원이 출석해야 한다. 그런데 이 절차가 대면 회의 없이 서면으로만 진행됐으며, 최종 심사 결과에 대한 위원들의 의결 서명도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적법한 심사 절차가 생략된 채 외교부 담당 직원들이 사실상 서류에 서명만 받으러 다녔다는 것이 특검팀의 판단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 전 장관에 대한 자격심사위 당시 각 부처 위원들은 하루 만에 심사 결과에 대한 수기 결재를 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정황에 따라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 과정에서 외교부 자격 심사가 사실상 ‘적격’으로 결론이 정해진 상태에서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관련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채상병 사건 외압 의혹 주요 피의자로 출국금지 상태였음에도 지난해 3월 호주대사로 전격 임명됐고, 직후 법무부는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해줬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도피시키기 위해 호주 대사로 임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