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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73> 하동주민공정여행 놀루와(협) 조문환 대표

지역소멸 막자…퇴직공무원 ‘문화 여행지’ 하동 불 밝히다

  • 고영삼 인생이모작포럼 공동대표
  •  |   입력 : 2025-08-12 19:39:50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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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년 공직생활… 7년 일찍 퇴직
- 주민과 힘 합쳐 문화콘텐츠 제작
- 새 산업 생태계 구축, 활력 도와
- ‘섬진강 달마중’ 야간관광 100선
- 청년 마을 협력가 교육도 운영


◇ 조문환의 인생이모작 귀띔

- 시간의 십일조를 지역사회에 바치자


조문환(오른쪽) 대표가 지난해 7월 1일 경남 하동군 옥종면 한계마을에서 주민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농어촌 소멸 이야기는 이제 낯설지 않다. 부산조차 ‘노인과 바다’라는 오명을 안고 살아온 지 오랜데, 농어촌은 오죽하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농촌은 중소도시보다도 약 10년 먼저 초고령화에 들어섰다 한다. 그렇다면 농촌은 이대로 사라질 것인가? 아니다. 아직 가능성 있다. 곳곳에 숨 쉬는 활력과 역동성이 있다. 이번에 만난 이는 인생 이모작기에 경남 하동을 다시 빛나게 만들고 있는 사람이다.



-안녕하세요? 지금 어떤 행사를 하고 계신가요?

▶지금 하동군 제3기 청년(마을)협력가대학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 교육과정을 운영해 왔는데, 이번에도 역시 교육 후에 마을에 파견할 것입니다. 이 교육은 하동군의 위탁을 받아 ‘놀루와’가 교육 파견 사후관리 등 3년간 일체를 책임지는 프로젝트입니다.

-그래요? 이 행사는 어떤 의미를 가졌나요?

▶요즘 농촌 마을의 평균연령은 75세 정도로 느껴집니다. 그대로 둔다면 활력도 비전도 찾기 힘들죠. 이에 우리 교육사업은 마을을 이해하고 주민과 호흡을 맞춰 마을을 활력화하는 주체로 형성시키는 제3의 대안이라는 의의가 있습니다. 이처럼 포용적인 정책을 펼치는 지자체는 드문데, 하동군이 민간단체와 과감히 손잡는 자세를 취하셨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현재 운영 중인 9개 마을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가 나타나,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하동군도 초고령화 상황이 심각하죠?

▶대략 매년 800여 명의 인구가 감소되는 추세입니다. 전국의 군 단위가 다 그러겠지만 인구 4만 명의 군소도시로서는 심각한 상태입니다. 감소될지라도 소멸까지는 어떻게 가지 않게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하동군도 주민 활력과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일으키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죠.



이번에 폭염을 뚫고 찾아간 곳은, 평사리 들판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자리에 있는 ‘하동주민공정여행 놀루와 협동조합’이다. 이곳에서 마주한 이는 조문환 대표(62). 폐교된 초등학교를 개조해 만든 악양생활문화센터에서 만난 그는 키가 훤칠하게 큰 인상이다.



-놀루와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여행사로 등록됐지만 여행은 수단이자 마중물 역할이고 궁극적인 목적은 지역사회에 활력을 일으키는 일을 합니다. 여행에 문화와 예술을 덧입히고 교육을 통해 내일을 준비하는 사람을 육성시켜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게 하는 형태입니다. 우리는 ‘놀루와라 써 놓고 마을한다라 읽는다’는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마을한다’는 어떤 의미인가요?

▶놀루와의 존재 의미를 마을과 지역사회에 둔다는 뜻입니다. 비록 여행과 문화와 예술, 그리고 교육과 같은 일들을 하지만 모든 초점을 지역사회의 활성화에 맞춘다는 것입니다. 놀루와는 마을이 여행지가 되는 꿈을 꿉니다. 그렇게 되면 마을도 활력을 회복할 수 있고 여행자도 특별한 여행경험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20년에는 ‘섬진강 달마중’이 ‘대한민국 야간관광 100선’으로 선정됐고 2021년에는 관광 분야의 가장 큰 상이라는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놀루와가 참신하게 활동한다고 입소문이 났던데, 대표님은 본래 관광과 여행 전문가 출신인가 봐요?

▶저는 하동군에서 28년간 공직자로 일했습니다. 악양면장을 끝으로 7년 일찍 퇴직을 하고 이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시골에서 공직생활은 여유롭고 좋다고 하는데 정년까지 가지 않으셨군요?

▶늘 저답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우리가 자신의 정신과 육체를 스스로 장담할 수 있는 나이가 몇 살까지일까요? 저는 70세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60세에 퇴직하면 겨우 10년일 뿐이잖아요. 자기답게 살기 위해서는 최소 5년 전에는 퇴직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50에 들어 3년 정도 생각을 정리한 후에 퇴직을 했습니다. 53세 때였습니다.



2020년 ‘대한민국 야간관광 100선’으로 선정된 ‘섬진강 달마중’의 한 장면. ‘놀루와(협)’는 지금까지 120회를 개최해왔다.
역동적인 인생 2막은 대개 50대 중반 이전에 문을 연다. 이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온 필자의 경험에서 얻은 결론이다. 조문환 대표 역시 그 무렵 어떤 결심에 이르러, 인생의 승부수를 던진 듯하다.



-그런데 실제 퇴직하시니 공직에 계실 때와는 차이가 많죠?

▶공직은 나 혼자만 잘해도 되는 구조였습니다. 워낙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조직이니까요. 예산 있죠, 인력 있죠, 없는 게 없는 조직이지 않습니까? 저만 충실하면 사실 못할 일이 없을 정도로 조직이 뒷받침해 주는 구조였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작은 문화기업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차이가 크죠.

-그렇다 보니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사실 쉽지는 않았습니다. 인력이나 예산도 없고, 수익도 담보가 되지 않더군요. 그러니까 더 치열하게 도전해야 했어요. 특히 조직 내부의 인간관계로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아빠가 되기 위해서는 아빠가 되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잘 하지 않잖습니까? 마찬가지로 기업의 대표가 되기 전에 조직관리라든지 수익 창출 등의 공부를 했어야 하는데 몰랐습니다. 이로 인해 조직원들과의 갈등이 만만찮았습니다. 초기 자본도 부족했는데 또 정치할 것이 아니냐면서 저의 활동을 오해하는 분들도 있어서 힘들기도 했었어요. 처음 하는 로컬문화기업의 한계이기도 하고요.

-그 속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고 계신 데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요?

▶한 번도 성공이라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오늘을 살 뿐입니다. 그러나 문화를 통한 지역 활성화라는 개념은 잘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여행과 예술, 교육과 같은 문화코드를 공동체에 불어 넣는 방식이죠. 마을과 지역사회는 영속성을 지니고 있고 무궁무진한 자원과 흡입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주효했습니다. 또한 하동에 귀촌하셔서 공공미술을 하고 계신 통영 출신 하의수 작가님을 통해서도 힘을 받고 있습니다. 하동와인의 정성모 대표님, 고매감의 서훈기 대표님, 한밭제다의 이덕주 매니저님, 화개합동양조장의 이근왕 대표님들처럼 함께 뜻 모은 조합원들이 계셔서 즐겁습니다.

-그동안 여러 책도 쓰셨지요?

▶올해 3월에 열 번째 저서 ‘하동학 개론’을 출간했습니다. 첫 저서인 ‘시골공무원 조문환의 하동편지’가 그 계기가 됐습니다. 섬진강 1년 간의 답사기와 시집 여행기 등을 쉬지 않고 써왔습니다. 놀루와를 운영하면서 그 경험을 책으로 엮었고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그 치열함을 글로 쓰기도 했습니다. 하동은 지층이 깊고도 넓어 문화 콘텐츠의 엄청난 보고입니다.

그의 언어가 매력적인 까닭은 박경리 이병주 정호승 같은 문인들과 섬진강 평사리 화개장 청학동이 품은 역사와 지리의 영향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시대의 흐름을 꿰뚫어 보고 변화하는 문화 코드를 선점하는 안목, 그리고 안목을 현실로 옮기는 추진력이 함께 빛나고 있었다.



-공직 후배들에게 좋은 은퇴 후 모델이 될 것 같아요.

▶인생이모작을 준비할 때 지방 공직은 최적의 직종입니다. 공직에 종사할 때 다양한 경험을 하기 때문에 별도의 준비 없이 시작할 수 있죠. 대담하게 지역사회에 파고들고자 하는 마음과 애정만 있으면 됩니다. 저는 시간의 십일조를 지역사회에 드리자는 철학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28년간 공직에 종사했고 60년 인생을 살았습니다. 공직에서의 십일조는 3년, 인생의 십일조는 6년입니다. 후배 공직자들도 5년 정도는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기를 권해봅니다.

-공직 은퇴자들이 시간 십일조를 바쳐 소멸 지역을 되살린다는 개념은 참 참신하군요.

▶인구 위기는 대한민국의 그 어떤 위기보다 강력합니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소멸될 마을이 많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인구가 제로(0) 되는 상태를 소멸로 보겠지만 저는 거주 생태계나 인간관계 생태계가 파괴된 것을 소멸로 봅니다. 놀루와를 통해 이를 방지하고 새로운 활력을 일으키고 싶습니다. 그러나 인구 감소가 심해 지면 여러 마을들을 한 단위를 합치고 조정하면서 교통과 소통을 다시 일으키고 역사 문화의 응집력을 일깨워야 합니다. 이런 일들은 은퇴 공직자들이 제일 즐겁게 할 수 있죠.

-공직자가 퇴직 후 지역사회 봉사자로 길을 여는 것은 생각만 해도 벅찹니다.

▶자기 철학을 세우고 살면 좋지요. 저는 저로 인해 내가 살아가는 이 땅의 한 평이라도 밝아진다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100살을 거뜬히 살 것인데, 먼 시선으로 보람있게 살아야겠죠. 어떤 경우라도 스스로 배우는 자세는 꼭 필요하다 봅니다.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배우는 것이 최고죠. 독서와 글쓰기는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하죠.



조 대표를 보며 소멸 위기의 농촌을 두고 어떻게 이렇게 통쾌하게, 또 깊이 즐기며 살아갈 수 있을지 감동이었다. 그에게 인생이모작은 여분이 아니라 본분이었다. 마치 오늘을 위해 지난 시간을 준비한 것처럼, 그는 그 모든 에너지를‘마을한다’에 쏟아붓고 있었다. 이 ‘마을주의자’는 오늘도 속삭인다. “매일 아침마다 마을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발걸음은 나만의 의례의 시작입니다. 논두렁 축구 한 판 후, 달빛 아래 섬진강 변을 걷는 ‘섬진강 달마중’은 마을과 함께 숨 쉬는 예술이 됩니다. 여러분도 지금 ‘마을한다’를 해보십시오.”그의 눈빛과 말투는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그래서일까. 그는 하동을 찾게 만드는, 위험할 만큼 매혹적인 유혹주의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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