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 건축물 사이에서 주로 관찰되는 빌딩풍은 그 특성상 일부 지역의 문제로 치부되기 일쑤다. 특히 부산 해운대구처럼 건물 특성상 개발 세력에 의해 발생한 고소득층의 재난이라고 생각되기 쉽다. 그러나 초고층 건축물 관계자를 넘어서 보행자 등 일반 시민에게까지 피해가 미치는 엄연한 사회적 재난으로, 안전에 취약한 모든 이들을 재난 취약자로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해운대구에 따르면 지난 4월 구가 나무병원에 의뢰한 엘시티 일대 소공원 3곳의 수목 고사의 원인이 빌딩풍 때문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2023년 엘시티 시행사인 엘시티PFV로부터 구가 소공원 관리권을 넘겨받았는데, 교목(큰나무) 50그루와 관목 일부가 2년 만에 고사했다. 해안가라 빌딩풍이 염분을 머금은 해풍의 일종으로 진화하면서 수목 생육에 영향을 준 까닭이다. 수목이 있는 공원은 엘시티PFV가 공공에 기부채납한 곳이다.
2020년 마이삭과 하이선 태풍이 불었을 때는 해운대 일대 여러 건축물의 유리가 깨져 낙하하거나 외장재가 파손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해운대구 좌동 한 초고층 아파트와 인근 아파트의 유리창들이 바람에 날린 돌멩이 등 비산물에 의해 대거 파손됐다. 2022년 힌남노 태풍 때도 교통표지판과 신호등이 다수 부서지는 등 피해가 컸다. 이렇게 파손된 물품들이 고층에서 추락해 보행자를 덮칠 우려도 있다. 바람 그 자체뿐만 아니라,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여러 현상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셈이다.
특히 빌딩풍은 고층 건축물에서 비롯되지만, 그 효과는 건축물 사이를 통과한 뒤 다른 지역까지 퍼질 수 있다. 해안가를 낀 부산은 바다에서 불어온 바람이 내륙으로 향할 때 빌딩 사이를 거치며 엄청나게 강도가 강해지기도 한다.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연구팀은 “빌딩풍 재난은 ‘건물 안’ 사람뿐만 아니라 ‘건물 밖’ 사람에게도 향한다”며 “이 재난의 취약층은 초고층 거주 여부와 상관없이 안전 위험에 노출되는 사람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