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에서 교사와 학생과의 갈등을 사법 단계 이전에 교육적으로 해소하는 ‘갈등조정위원회’가 전국 처음으로 설치·운영된다. 학생의 일방적인 경찰 신고로 인한 행정력 낭비를 막고, 교육공동체 간 관계 회복을 이끌어 내기 위한 조처다.

8일 경남교육청 브리핑룸에서 갈등위원회 설치·운영을 발표하는 전창현 도교육청 교육활동보호담당관. 경남교육청 제공

경남도교육청은 지난 4일 ‘교육공동체 관계 회복을 위한 갈등조정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공포·시행에 따라 해당 조정위 구성에 돌입한다고 8일 밝혔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아동학대 신고는 통상 조사부터 수사 종결까지 약 6개월이 소요된다. 학교 측은 이 기간 교육 과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 교사·학생 간 분리 조치, 대체 교원 채용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한 해 경남교육감이 경찰에 의견서를 제출한 아동학대 신고 88건 중 기소는 1건(1.4%)에 그쳤다는 게 도교육청 측 설명이다. 도교육청은 사법 절차 전 조정 역할에 중심을 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고 판단, 관련 기구 설치를 추진해 왔고, 이번에 그 법적 초석이 될 규칙을 공포했다.

이 규칙은 지난 3월 공포된 ‘학생보호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을 일부 개정해 마련됐다. 당시 이 위원회가 교사의 부적절한 언행을 심의하고, 교사 징계까지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기자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 등 도내 교원단체 3곳은 교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성명을 냈다. 도교육청은 이들 단체와 함께 추천 인사, 인권 및 법률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TF를 구성, 관련 의견 수렴에 나섰다. 그 결과 위원회 명칭이 학생보호위원회에서 갈등조정위원회로, 그 성격이 심의 중심에서 갈등 조정에 중심으로 변경됐다. 또 심의 투명성과 신뢰성 강화하고자 외부 위원 참여를 확대했고, 징계 권고 조항을 삭제하기로 했다.

도교육청은 이달 내 개정된 규칙을 근거로 내외부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다. 다음 달까지 각 교육지원청에서 설명회를 운영하고, 홍보자료 제작·보급에도 나선다. 이와 함께 내년 6월까지 만족도 조사와 모니터링을 통해 제도의 효과성 점검할 방침이다. 전창현 도교육청 교육활동보호담당관은 “이번 규칙 개정을 통해 학생의 학습권과 교원의 교권을 함께 존중하고 보호하는 교육공동체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