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풍은 자연재난에서 비롯된 ‘사회적 재난’입니다. 한순간에 불고 사라지는 바람의 특성상 재난의 소재를 따지기가 쉽지 않아 사회적 재난으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책임 주체를 따지기 이전에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한 관리와 예방이 우선인 만큼, 공공에서 빌딩풍이라는 재난에 대응해야 합니다.”
부산대학교 권순철(사회기반시스템공학과·사진) 교수는 9일 빌딩풍 문제를 묻는 국제신문 취재진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권 교수는 “빌딩풍은 분명히 그 지역이 만들어낸 사회적 재난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며 “영국과 미국 등 다른 국가들은 책임 소재보다는 피해를 막자는 취지에서 이미 공공에서 빌딩풍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관점에 비춰 그는 재난의 취약계층은 안전위험의 노출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초고층 건축물에 거주하느냐를 떠나서 그 재난에 노출되고 안전에 위협이 있는 사람은 모두 취약계층이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의 연구팀은 2021년 시의 빌딩풍 관련 연구용역을 맡아 2년간 진행했다. 빌딩풍 발생 지점을 다수 관측해 발견, 실시간 관측데이터 제공 및 위험 지도 구축 등 여러 대응방안까지 제안했다. 그러나 시가 연구용역 결과를 활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후속 조치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권 교수는 “당시 직접 시뮬레이션과 시각화 지도까지 만드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빌딩풍 특성에 맞춘 관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는 “부산처럼 해안가와 초고층 건축물 사이에 아무 장애물도 없이 밀집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며 “특히 빌딩풍은 최대높이 300m 미만에서 발생해 일반적인 기상 관측으로는 그 위험도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강풍이나 태풍이 오지 않아 경계심이 느슨해질 수 있으나 최근 이상기후를 고려하면 태풍은 일단 발생하면 ‘초대형급’이다”며 “이동형 방풍펜스는 물론이고 빌딩풍 발생 예상 지점 인근에 나무를 많이 심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