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따뜻해진 11월…겨울철새 ‘지각’ 속출하고 생태교란종 득세

낙동강 하구 0.9℃의 경고 <3> ‘늦은 추위’ 텅 빈 모래톱

  •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  |   입력 : 2025-09-14 18:55:01
  •  |   본지 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2022년 월평균기온 2.4도 올라
- 단골손님 청둥오리·큰기러기 등
- 개체수 27% 줄어 2만9941마리
- 다행히 12월부터 평년수치 회복

- 그새 ‘유해 조류’ 민물가마우지
- 대마등 주위로 폭증…피해 확산
- 경쟁 밀린 논병아리 자취 감춰

매년 11월이면 부산 낙동강 하구는 먼 나라에서 온 겨울 철새로 활기를 띤다. 그러나 그해 11월은 거짓말처럼 곳곳이 공허했다. 2003년 모니터링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발생한 겨울 철새 ‘무더기 지각’ 사태다. 기후 위기는 낙동강 하구의 겨울을 늦췄다. 뜨거워진 낙동강 하구, 죽음 같은 적막. 이는 예고편일 뿐이다.
지난해 1월 낙동강 하구 신자도 인근에서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된 민물가마우지가 떼를 지어 날고 있다. 야생동물연합 홍순복 박사·낙동강하구에코센터 제공
■철 잊은 모래톱엔 ‘적막’

부산연구원은 2022년 11월 당시 낙동강 하구 겨울 철새 개체수는 2만9941마리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앞선 19년(2003~2021년) 치 11월 평균 개체수 4만1312마리와 비교하면 27.5%(1만1371마리)가 줄었다. 겨울 철새는 매년 11월부터 하구를 찾아 이듬해 2월까지 머문다. 하지만 그해 11월, 하구엔 ‘철새의 계절’이 오지 않았다.

다행히 겨울 철새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다음 달인 12월과 이듬해 1, 2월에 개체수는 10만8114마리까지 늘었다. 지난 19년 치 겨울철 평균 개체수인 10만1140마리를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

‘지각 조(鳥)’는 청둥오리 큰기러기 등 주로 수면성 오리류다. 하천 모래톱 근처나 물이 얕은 곳에서 먹이 활동을 한다. 머리와 목을 이용해 물 위 또는 물속에서 사냥한다. 위급 상황 땐 수면에서 바로 날아간다. ‘정상적 겨울’의 낙동강 하구는 수면성 오리류가 월동하기에 최고의 장소다. 하구에서 사람의 기척을 느끼면 강 수면을 박차고 무리 지어 날아오르며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부산연구원은 겨울철 기온 상승이 낙동강 하구의 환경을 바꿔 철새 도래 시기를 늦췄다고 분석한다. 2022년 11월 낙동강 하구 평균기온은 13.1도로, 지난 26년(1997~2022년)간 평균(10.7도)보다 무려 2.4도 높았다. 반면 이듬해 11월 평균기온은 10.7도로 낮아졌다. 그러자 2022년 11월 2만9941마리로 뚝 떨어졌던 겨울 철새 개체수도 1년 뒤 같은 달 5만4522마리로 늘었다. 지난 19년 치 평균을 1만 마리 이상 넘어섰다.

겨울 철새 무더기 지각 사태는 2022년에만 적용되는 ‘이례적 현상’으로 남을까.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 기후 위기로 기상 이변이 잦아지면서 겨울 철새 도래 시기도 점점 예측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한다. 부산연구원 여운상 선임연구위원은 “11월 높은 평균기온이 철새의 도래를 즉각적으로 늦췄다”며 “아직은 2003년 이후 딱 한 번 관찰됐지만, 앞으로 겨울 철새 도래 시기는 매우 혼란한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안방 빼앗은 유해 야생동물

겨울철 낙동강 하구의 ‘터줏대감’이지만 점점 민물가마우지 등에 자리를 빼앗기는 청둥오리.
청둥오리와 큰기러기가 지각하는 사이 잠수성 대형 조류인 민물가마우지가 낙동강 하구를 ‘빼앗았다’. 생태계 교란종 민물가마우지는 점점 세력을 확장한다. 2003~2024년(1~21차) 민물가마우지 평균 개체수는 4499마리다. 그러나 2019~2024년(16~21차)엔 8846마리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1년 6783마리에서 2022년 1만4324 마리, 2023년 1만5273 마리로 폭증했다.

민물가마우지는 원래 매년 11월께 우리나라를 찾아 이듬해 3월 연해주와 사할린 등지로 떠나 번식한다. 야생동물연합 홍순복 박사는 “과거 낙동강 하구에서도 겨울철 일부 개체가 먹이 활동을 한 뒤 오륙도 일원으로 날아가 쉬는 모습이 관찰된 적 있다. 하지만 2022년부터 하구 대마등 등지에서 거대한 무리 군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민물가마우지 피해는 갈수록 커진다. 27년째 매달 소형 어선을 타고 낙동강 하구 철새 모니터링을 해온 홍 박사는 여름에도 일부 개체를 대마등에서 발견했다. ‘텃새화’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그는 “민물가마우지는 주로 대마등 내 아까시나무에서 휴식한다. 제한된 공간에 개체수가 워낙 많다 보니, 배설물 때문에 나무가 허옇게 변하고 집단으로 고사한다. 일대 토양도 산성이 강한 배설물 탓에 오염됐다”고 말했다.

민물가마우지는 먹성도 좋아 다른 새들이 배를 곯는다. 하루에 물고기를 600~700g 잡아먹어 식성이 비슷한 뿔논병아리 등 논병아리류가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이제 하구에서 논병아리류는 찾아보기 어렵다.

민물가마우지가 한반도 텃새로 자리 잡은 원인은 역시 기후 위기다. 겨울나기가 점점 쉬워지고, 천적인 매·수리·올빼미 개체수는 줄어 번식 성공률이 높아졌다. 민물가마우지는 낙동강 하구뿐만 아니라 경남 창원시 주남저수지를 비롯한 전국에서 골칫거리다. 환경부는 2023년부터 민물가마우지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해 포획을 허용한다.

■낯선 새들의 ‘주인 행세’

낙동강 하구 기온이 오르면서 낯선 새들이 눌러앉는 사례가 늘었다. 대표적인 새가 기후 위기 지표종인 검은이마직박구리다. 원래 열대·아열대 지역에서 서식하는데, 서서히 북상한다. 낙동강 하구에선 2015년 6월 중사도 인근에서 한 마리가 처음 발견됐다. 이후 꾸준히 늘어 지금은 한 해 150~200마리 보인다. 1년 내내 관찰되는 낙동강 하구 텃새가 돼버렸다.

머리 깃이 인디언 추장을 닮은 후투티도 하구에서 볼 수 있다. 과거 일부 남부지방에서만 여름 철새로 관찰됐지만, 이젠 경기 강원에서도 흔하다. 낙동강 하구에선 한겨울에도 볼 수 있다.

낙동강하구에코센터 이원호 박사는 “낙동강 하구 여름 기온이 20년 전보다 0.9도 올랐다 해도 사람은 크게 체감하지 못한다. 그러나 새들은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후세대에 유전자를 전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움직인다”며 “이런 흐름이 일상에서 쉽게 관찰되는 수준까지 왔다는 건 실로 엄청난 일”이라고 우려했다.

▶인터랙티브 페이지 ‘낙동강 하구 0.9℃의 경고’(little-tern.kookje.co.kr)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제작지원 : BNK금융그룹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7. 7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8. 8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9. 9“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10. 10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5. 5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6. 6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7. 7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8. 8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9. 9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0. 10정동영 “DMZ 지뢰 사고, 불행한 일…평화공존 더 절실해져”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4. 4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5. 5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6. 6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7. 7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8. 8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9. 9해수부, 안전관리 빛난 광안리 ‘우수 해수욕장’
  10. 10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7. 7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8. 8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9. 9“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0. 10[속보] 북항 상어 ‘부캉이’ 2차 구조작전 진행 중…수로에 그물 설치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7. 7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준비 안 된 '경찰시대'
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교통취약지 ‘버스형 콜택시’ 도입, 울주 전역 도시가스 공급도 추진”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