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딩풍 최대 2배 가속 관측 확인
- 태풍 등 재난 땐 피해 예측불가
- 市 용역 예산 이유 등 흐지부지
- 해운대구 부동산 눈치에 비공개
- 국토부 빌딩풍 저감 가이드라인
- 사후대책 부재·지역특성 미반영
- 건축 때 미리 피해 보증금 마련
- 극한 상황 맞춤 제도 등 필요성
- “빌딩풍 못 없애도 줄일 순 있어”
빌딩풍 피해 대응은 이미 있었다. 빌딩풍 피해를 저감하거나 예방하려는 취지의 용역이 부산에서도 잇따랐다. 그러나 정작 대책 시행까지 이어지지 않거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최근 태풍 등 대형 재난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그 위험도도 저평가됐다. 그러나 바람을 키우는 특성상 빌딩풍의 위험도는 재난 상황일수록 가속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이른바 ‘재난 가속기’인 빌딩풍 위험도를 극한 상황에 맞춰 따져보고, 이에 맞춘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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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딩풍 피해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피해 대응을 위한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초고층 아파트 단지 전경.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잠복한 위험 ‘재난 가속기’ 빌딩풍빌딩풍은 해안가뿐 아니라 도심에서도 관측된다. 실제 취재진이 직접 관측한 결과, 지난 11일 오후 부산진구 더샵센트럴스타(최고층수 58층·최고높이 199.8m) 일대에 강한 바람이 불었다. 특히 한국전력공사 부산울산본부 방면으로는 10분 평균 풍속이 19.3㎧를 넘어 강풍(14㎧ 이상)으로 정의할 수 있을 정도였다. 순간최대풍속은 24.8㎧까지 관측됐다. 부산진구 주민 전모(40대) 씨는 “근처를 지날 때면 확실히 이질적인 강한 바람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빌딩풍은 일상 속 도심에 만연해 그 위험도가 저평가된다. 사실 인명 피해를 유발할 만큼의 빌딩풍은 흔치 않다. 그러나 재난의 순간이 오면 비로소 빌딩풍은 실체적 위협으로 다가온다. 태풍처럼 재난급 강풍이 불어닥치면 이를 폭발적으로 키워내 도저히 예상할 수 없을 만큼의 강한 바람을 키워내기 때문이다. 특히 고수온 현상 심화로 ‘슈퍼 태풍’ 발생 가능성도 커지는 추세다. 부산을 비롯한 남해안은 올해 해수면 온도 26.6도를 기록, 우리나라 해역 중 상승폭(2도)이 가장 컸다. 여기에 해운대구 해안 일대에서 최대 2배까지 풍속이 빨라진 관측 결과도 있다. 단순계산하면, 초강력 태풍(강도 5·최대풍속 54㎧)이 도래하면 일순 100㎧ 이상의 바람이 불 수도 있는 셈이다. 이는 차량이 전복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처럼 ‘재난 가속기’인 빌딩풍은 안전의 착각 속에 숨었다가 위급의 순간에야 진정한 실체가 드러난다. 바람에 의한 인명 피해는 한순간에 발생하는 만큼, 극한 상황에서의 위험도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눈치? 용역 활용 흐지부지빌딩풍 용역은 부산에서만 3차례 이뤄졌다. 첫 용역은 해운대구가 2019년 착수한 ‘빌딩풍 피해예방대책 강구를 위한 학술 용역’이다. 그러나 비공개 대상 정보 8호로,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다. 8호는 용역 결과가 부동산 투기 등으로 특정인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줄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의미한다. 초고가 부동산이 밀집한 지역의 논리에 따라 재난 관련 정보를 경제적 문제로 취급해버린 것이다.
앞서 부산시도 ‘빌딩풍 위험도 분석 및 예방대응기술 개발’이라는 연구용역을 부산대 연구팀에 맡겨 2023년 마쳤다. 그러나 정작 용역에서 제안한 이동식 방풍펜스와 실시간 관측지도 구축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실시간 센서를 통한 무선통신 관측 시스템 구축은 추가 사업비가 예상된다”며 “방풍펜스 설치는 실효성 검증과 주민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가로 15m에 달하는 방풍펜스를 설치하면 주민 반발도 우려된다는 것이다. 정작 방풍펜스는 영국 리즈에서 이미 설치해 효과를 보고 있으며, 부산대 연구팀이 펜스 개수에 따른 엘시티 일대의 바람 상쇄 효과까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동구는 올해 초 ‘초고층 건축물 빌딩풍 영향 진단 용역’을 마쳤으나, 맹탕에 그쳤다. 6곳의 대상지 중 두산제니스하버시티에만 풍향풍속계가 설치됐고, 이마저도 지난해 10월 18일과 20일 두 차례만 측정하는 등 신뢰도가 낮은 관측결과가 도출됐다. 대응책도 방풍펜스 등 시 연구용역에서 제안한 내용과 대동소이했다. 용역 결과를 활용한 대책 마련으로 이어지지도 못했다.
■“빌딩풍 보증서 만들자”국토교통부는 2021년 빌딩풍 저감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시설물과 수목에 의한 저감 방안과 더불어 건축설계에 의한 방법도 담겼다. 그러나 취재진이 건축 전문가와 가이드라인을 직접 검토한 결과, 사후 대책 부재와 지역 특성 미반영 등 여러 한계가 확인됐다.
실제 가이드라인을 보면 건축계획적 저감방안은 건물의 형상 등 설계 단계에서의 지침 제시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여러 기후와 지역 특성에 따른 구분도 없었다. 부산시건축사회 추동엽 부회장은 “가이드라인은 설계와 허가 이전 단계만 다루고 준공 후 영향평가와 보완 의무가 없다”며 “이상기후가 날로 심각해지는데 태풍 등 평상시와 전혀 다른 양상의 극한 상황의 대비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추 부회장은 전산유체역학(CFD) 등 사전 검토 수단도 완벽하지 않으니 건축물 준공 후 현장 관측과 더불어 인접 초고층 신축 등 주변 여건 변화에 따른 재평가도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빌딩풍 보증서’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건축물 준공 이후에 빌딩풍이 관측되면 시행사 등 건축 관계자가 미리 마련해 둔 보증금을 대책 마련에 사용하자는 것이다. 사회적 재난이지만 책임 소재를 묻기 어려운 빌딩풍의 리스크를 제도적으로 줄이자는 취지다.
추 부회장은 “방풍펜스 같은 시설물도 단순 기능적 효과뿐만 아니라 주변 경관과 어우러질 수 있는 장식물로서 고려한다면 더 좋을 것”이라며 “빌딩풍은 완전히 없앨 순 없어도 분명히 줄일 순 있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