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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 갯벌 매립에…기후재난 ‘최후 저지선’ 무너졌다

낙동강 하구 0.9℃의 경고 <4> 진짜 ‘천적’은 인간

  •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  |   입력 : 2025-09-21 19:16:37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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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6년 지정 국가유산구역
- 이후 12차례 걸친 개발 탓
- 231.9㎢ → 87.28㎢ 급감

- ‘꼬불꼬불’ 해안선 사라진 자리
- 녹지 대신 산단·아파트가 차지
- 모래톱 소실·기수역 물길 막아

- 좀매자기 군락 등 크게 줄어
- 철새 ‘겨울 나기’ 갈수록 난관
- 사람이 주는 ‘고구마’에 의지

갯벌 매립이 한창이던 1995년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 박민규(당시 36) 씨는 이곳에 가장 먼저 세워진 삼성전기 공장 근로자였다. 그는 매일 오전 6시 출근길을 “그런 난리통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매립 상황에 맞춰 매일 바뀌는 임시 도로에는 흙을 실은 덤프트럭이 끊임없이 오갔다. 흙먼지 날리는 도로는 진흙 펄 천지라 차가 빠지기 일쑤였다. 돌부리나 바위에 찍혀 차 바퀴가 터지는 날은 꼼짝없이 지각이었다.
그때는 당연하게 생각했다. 가난에서 벗어나 가족을 부양하려면, 나라가 잘 먹고 잘살려면… 산단을 짓고 공장을 돌리는 일이 우선이었다. 드넓은 낙동강 하구 갯벌이 조금 없어지는 것쯤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2010년부터 다른 삶을 살았다. ‘㈔바다 살리기 국민운동 부산본부’에서 환경처장을 맡아 해양 쓰레기를 주웠다. 최근엔 멸종 위기종인 맹꽁이 보호에 앞장선다. 낙동강 하구 인근 사하구 하단이 고향인 박 처장은 “자연 그대로의 해안선과 갯벌이 남았다면 어땠을지 요즘 상상해본다”며 “급격한 도시 개발과 산업화를 거치면서 우리는 소중한 것을 뒤로하고 달려왔다”고 안타까워했다.

■흐르지 않는 강

2006년(①) 넓게 분포했던 낙동강 하구 을숙도 남단 좀매자기 서식지가 2008년(②) 크게 줄었다가 2009년(③) 완전히 사라진 모습. 맨 아래는 2005년(붉은색)과 2024년(푸른색) 낙동강 하구 좀매자기 서식지 변화. 습지와새들의친구·부산연구원 제공
정부는 1966년 낙동강 하구 일원을 국가유산구역(천연기념물)으로 지정했다. 그때 면적은 231.9㎢. 축구장 3만2470여 개와 맞먹을 정도로 광활했다. 그러나 이후 각종 개발에 따라 12차례에 걸쳐 일부 구역이 해제됐다. 2010년 측정 오류를 정정하기도 했다. 결국 지금 남은 낙동강 하구 국가유산구역 면적은 87.28㎢로 62%나 줄었다.

그사이 꼬불꼬불하던 해안선은 직선으로 바뀌었다. 갯벌은 좁아지고, 기수역 물길은 막혔다. 1987년 하굿둑 건설 이후 물이 흐르지 않는 낙동강 본류는 거의 담수화했다. 경남 밀양 삼랑진까지 기수역을 형성했던 낙동강의 모습은 사라졌다.

1990년대엔 강서구 명지 갯벌을 매립한 자리에 ‘오션시티’로 불리는 명지주거단지(184만 ㎡)가 우뚝 섰다. 여기에다 녹산 신호 갯벌을 메운 땅에 녹산산단(690만 ㎡)과 신호일반산업단지(312만 ㎡)가 들어섰다.

개발은 멈출 줄 몰랐다. 2000년대 들어선 강서구 가덕도 북쪽 갯벌이 매립됐다. 부산신항(303만 ㎡)을 건설했다. 1990년부터 시작된 개발 광풍은 2893만 ㎡에 달하는 갯벌을 집어삼켰다.

낙동강 하구 주위로는 아파트와 공장이 빽빽이 들어찼다. 강서구의 변화가 컸다. 강서구 주거지역은 2004년 239만 ㎡에서 2022년 1996만 ㎡로 8.35배 늘었다. 공업지역도 같은 기간 1433만 ㎡에서 2840만 ㎡로 배 가까이 넓어졌다.

반대로 이 기간 녹지는 1억6893만 ㎡에서 1억3164만 ㎡로 22% 급감했다. 2002년 7196만 ㎡에 이르던 경지 면적도 2021년 4153만 ㎡로 42%나 줄었다. 특히 경지 가운데 쌀과 보리 등 식량 작물의 재배 면적이 4028만 ㎡에서 2197만 ㎡로 반토막 났다. 겨울 철새의 ‘먹이터’가 사라진 셈이다.

■배 곯는 철새

철새가 낙동강 하구 갯벌을 새까맣게 뒤덮은 모습을 이젠 보기 어렵다. 환경부 국립생물자원관이 조사한 ‘겨울철 조류 동시 센서스’를 보면 2005년 1월 낙동강 하구에서 관찰된 조류는 87종 4만4781마리였다. 이후 해를 거듭할수록 철새는 하구를 찾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1월엔 85종 1만6161마리만 보였다. 낙동강 하구의 철새 서식 환경이 매우 나빠졌음을 방증한다.

철새가 배를 곯으면서 계절을 날 수는 없다. 낙동강 하구 좀매자기(옛 새섬매자기) 군락은 2005년 290만 ㎡에 달했지만, 지난해 기준 91만 ㎡만 남았다. 감소율로 따지면 무려 68%다. 좀매자기는 하구의 겨울철 ‘진객’ 천연기념물 큰고니와 고니의 먹이원이다. 고니류는 기수역 갯벌에서 좀매자기 괴경(덩이줄기)을 캐 먹는다. 그 과정에서 갯벌은 숨을 쉰다. 좀매자기는 존재 자체로 기수역 생태계 특수성과 보전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다.

먹이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좀매자기 군락이 줄어든 같은 기간 큰고니는 1688마리에서 1156마리로 감소했다. 이마저도 매년 겨울 인위적으로 먹이를 줘서 유지할 수 있었던 개체수다. 오죽하면 ‘고구마가 큰고니를 부양한다’는 자조 섞인 소리까지 나온다.

경남대 김구연(MSC교육부 교수) 생물다양성센터장은 “낙동강 하구 일원 염분 농도 상승, 좀매자기 군락 감소는 하굿둑 건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바다에 더 가까운 환경이 장기간 조성됐다. 좀매자기는 담수와 해수가 만나는 기수역 습지에서 자라니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매립에 따른 갯벌 면적 감소와 봄철 가뭄 등 기후변화도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끝나지 않은 개발

개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낙동강 하구 강서구에서 국제산업물류도시(에코델타시티)와 국제신도시 개발이 한창이다. 여기에 서부산권 복합산업 유통단지와 가덕도신공항, 낙동강 횡단 교량 등이 줄지어 들어설 예정이다.

밀려드는 도시 개발에 맞서 생물 다양성을 지킬 ‘최후의 보루’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낙동강 하구가 콘크리트로 뒤덮이기 전, 완충지 역할을 할 녹지 생태계를 지금보다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산연구원 여운상 선임연구위원은 “대안은 서낙동강이다. 낙동강 본류를 낀 화명·삼락·대저 생태공원은 인간의 교란으로 한계가 뚜렷하다”며 “낙동강 하구의 녹지를 더 늦기 전에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기후 위기와 도시 개발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랙티브 페이지 ‘낙동강 하구 0.9℃의 경고’(little-tern.kookje.co.kr)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제작지원 : BNK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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