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리즈 상습 빌딩풍 거리
- 화물차 전복돼 보행자 사망 사고
- 방풍펜스 3개 설치해 바람 완화
- 건물 높이별 풍동실험 검증 강화
- 런던, 세계 최고 수준 바람 규제
- 건축주가 자체 풍력터빈 설치도
- 도로 좁고 도시 인구밀집도 높아
- 보행자 배려 환경구축 정책 최선
부산 해안 일대를 중심으로 빌딩풍 현상이 확산한다. 특히 기후변화에 따라 ‘슈퍼 태풍’ 등 규모를 가늠할 수 없는 자연재해 발생 가능성이 커지는 가운데, 이른바 ‘재난 가속기’ 빌딩풍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상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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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리즈 브리지워터 플레이스 빌딩 앞에 빌딩풍을 막기 위한 방풍펜스가 설치돼 있다. |
실제로 영국에서는 사람이 만든 사회적 재난인 빌딩풍으로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다. 목숨까지 앗아가는 빌딩풍 문제에 영국은 세계적으로 손꼽힐 만큼 강한 규제와 지자체의 대응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여기에는 도시계획에서 보행자를 중심에 둔다는 원칙이 깔려 있었다.
■‘죽음의 바람’ 막는 방풍펜스 |
| 영국 런던 스트라타 빌딩 최상층에 설치된 풍력 터빈. |
지난 17일 오후 1시 영국 리즈의 브리지워터 플레이스 건물 앞. 리즈역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인 이 건물은 에르 강을 건너는 작은 다리 인근에 높다랗게 서 있었다. 건물 입구 바로 앞에는 가로 20m 세로 4m에 이르는 방풍펜스 3개가 나란히 늘어서 있었다. 일대에 강하게 부는 바람을 막기 위한 장치로, 구조물 밑으로 자동차가 지나는 등 통행에 문제가 없게 만들어졌다. 취재진의 수첩이 바람에 날릴 정도의 일대 강한 바람은 방풍펜스 인근에서는 산들바람 수준으로 변했다.
이곳에 처음부터 방풍펜스가 있진 않았다. 높이 112m(최고층수 32층)에 이르는 브리지워터 플레이스는 오피스텔 등 복합건축물로서 2007년 준공했다. 당시 리즈시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던 브리지워터 플레이스는 빌딩풍 현상을 동반했다. 리즈시 등에 따르면 당시 풍속이 35㎧까지 달해 도로 통행이 통제되기도 했다.
이후 2011년 3월, 빌딩풍으로 화물차가 전복돼 30대 남성 보행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리즈시의 빌딩풍 규제가 본격화했고, 가드레일 설치 등 여러 시도 끝에 최종적으로 2017년 방풍펜스가 설치됐다. 구조물 설치에 건축주 측도 상당한 비용을 부담했다. 방풍펜스의 유지관리는 리즈시가 맡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리지워터 플레이스 관계자는 “시에서 전적으로 보수와 관리를 맡고 있으며 건물 측이 관여하는 바는 없다”고 말했다.
■높이 15m 넘으면 빌딩풍 효과 실험리즈시는 단순히 구조물 확충에 그치지 않았다. 건축물 준공 직후부터 제기됐던 강풍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꾸준히 정책 마련에 나섰다. 리즈시는 2010년 고층 건축물 설계 지침을 제시, 2019년 이를 강화해 인근 도로 등 풍환경 영향권의 평가 등 여러 검증 항목을 추가했다.
리즈시는 2021년 풍환경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건축물 준공 때 바람 영향을 미리 예측한다. 가이드라인은 높이별로 ▷전산유체역학(CFD) 시뮬레이션 또는 풍동실험 중 선택(15~30m) ▷CFD와 풍동실험 필수 병행(30~60m) ▷CFD와 풍동실험으로 최종 설계 성능 입증(60m 초과) 등 실험 방안을 제시한다.
인근 도시 돈캐스터에 거주하는 마크 스탠테이지(58) 씨는 “직장이 브리지워터 플레이스 근처라 예전부터 이곳을 자주 지나는데, 과거에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안경이 날아간 적도 있다”며 “그래도 방풍펜스가 생긴 후에는 바람이 다소 누그러졌고 사망 사고 이후에는 인명 피해도 없었다”고 말했다.
■대도시 런던 까다로운 빌딩풍 규제지난 19일 오후 영국 런던의 ‘strata SE1’ 빌딩의 풍력 터빈은 고요했다. 이 장치는 빌딩풍으로 강력해진 바람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소음과 진동 문제로 건축물 고층 거주자에게서 민원이 잇따르면서 사실상 작동이 멈췄다.
48년간 인근에서 거주했다는 빌 존(80) 씨는 “이 건물이 세워지고 그간 없었던 ‘기류’가 발생했다”고 토로했다. 인근 부동산 업체에서 근무하는 엘라 쇼어필드(여·36) 씨는 “이곳에서 일한 2년 6개월간 풍력 터빈이 가동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며 “바람 때문에 계절과 상관없이 출입문은 반드시 닫아놓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trata SE1 건물 관계자는 “계절과 바람 등 기후에 따라 풍력 터빈을 끌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건축주가 직접 빌딩풍 저감을 시도하더라도,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혀 대응책이 좌초될 수 있다. 이에 런던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빌딩풍 규제를 통해 대도시의 바람 문제에 대응한다. 런던시는 2019년 8월부터 바람 가이드라인을 발행해 100m 이상 건축물을 초고층으로 분류, 설계에 건물 배치와 외벽 등을 가이드라인 기준을 반영해야 한다. 높이 25m 이상 건축물도 보행자 풍환경 평가 의무 대상이다.
도시 특성도 영향을 미친다. 런던은 2023년 기준 894만5000여 명이 거주하는 대도시로, 개발과 인구 등 도시의 밀집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반면 골목과 도로는 좁아 런던시는 교통혼잡을 줄이기 위해 자전거 이용을 적극 장려한다. 보행자 친화적 환경 구축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칼리파대학교 아가토클리스 지아랄리스(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런던은 건물의 개발계획 심사 과정에서 필요한 검증 절차가 세계적으로도 매우 까다롭다”며 “이처럼 지역 특성에 맞는 법과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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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