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부 “증명됐다고 보긴 어렵다”
경영권을 놓고 다투던 부산 중견 건설사 ‘일동’ 일가 차남의 불법 로비 청탁을 들어주기로 하고 그 대가를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변호사·세무사가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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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이미지. 국제신문 DB |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이동기 부장판사)는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변호사 A(50대) 씨와 국세청 출신 세무사 B(50대), C(50대) 씨에게 이처럼 선고했다. 이들은 2023년 8월 일동 사주 일가 차남의 청탁을 받아 국세청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는 대가로 용역 계약금 명목의 돈 5500만 원을 챙겼다는 혐의로 재판받아왔다.
당시 일동은 창업주 고(故) 김선동 회장과 차남이 장남과 불화를 빚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과 차남은 2022년 10월 장남이 하도급업체를 통해 비자금 82억 원을 조성해 썼다며 그를 고소했다. 그러자 장남은 이듬해 9월 두 사람이 급여 명목의 돈 30억 원을 횡령했다며 맞고소했다. 같은 해 7월 회장과 차남은 혐의가 인정돼 사건이 검찰에 넘어갔다.
상황이 어려워지자 차남은 평소 친분이 있던 A 씨에게 청탁했다. 국세청을 움직여 일동이 세무조사 받게 해 실질적 대표인 장남을 곤란하게 만드는 한편 조사 시기는 조율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세청에도 확실하게 코를 꿰어야 한다”고 문자 보냈다. 이후 A 씨 등은 일동과 5000만 원짜리 세무조사 대응·자문 용역을 맺었다. A 씨가 고교 후배 B 씨를 참여시켰고, B 씨는 옛 동료 C 씨를 섭외했다.
검찰은 청탁 수행용 계약이라 주장했다. 반면 A 씨는 일동을 자문해 온 입장에서 용역을 받았을 뿐 청탁에 응한 게 아니라 항변했다. B, C 씨도 단순 용역인 줄로만 알았지, 청탁이 있었는지는 몰랐다고 했다.
재판부는 청탁을 의심하면서도 셋 모두가 청탁을 인식해 용역을 맡은 건 아니라고 봤다. 가령 A 씨는 일동 세무조사와 관련해 “법조계는 검사를 상대로 빨리 진행해 달라 부탁도 한다”며 B 씨를 닦달했다. 국세청을 움직여 달라는 건데, B 씨는 “법조계는 그런지 몰라도 국세청은 안 된다”며 거절해 말다툼을 벌였다. 용역 자체는 이들이 맡기에 문제가 없는 점 등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긴 한다”면서도 “증명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