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염산, 황산, 액화석유가스(LPG) 등 위험물질을 싣고 다니는 차량 사고가 지속해 발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 관리 강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위험 물질 운송 차량 사고 대응을 위한 모의훈련 모습. 한국교통안전공단 제공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부산 강서구)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최근 6년간 유해화학물질과 고압가스 등을 적재한 차량 사고는 394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는 2020년 41건, 2021년 85건, 2022년 74건, 2023년 63건, 2024년 85건, 올해 1~8월 46건이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년보다 35%가 늘었다.

전체 중 외부 유출 때 대규모 인명 피해와 2차 사고를 낼 수 있는 위험물질을 실은 사례는 207건(53%)이었다. 적재 상태는 인화·발화성 위험물 97건, 염산·메탄올 등 유해화학물질 70건, 액화석유가스·질소 등 고압가스 28건, 폐유·폐산 등 지정폐기물 12건이었다. 사고로 유해 물질이 흘러나온 경우는 76건으로 파악됐다. 연도별로는 2020년 16건, 2021년 13건, 2022년 17건, 2023년 9건, 2024년 15건, 2025년 1~8월 6건이었다.

지난해 5월 30일 충남 보령시 주교면에서는 기화력이 높아 폭발 위험이 큰 액화석유가스를 실은 차량이 졸음운전으로 뒤집어지면서 300ℓ가 유출된 바 있다. 또 지난해 11월 5일에는 충북 청주시 흥덕구에서 피부 노출만으로도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극고독성 화학물질인 수산화테트라메틸암모늄(TMAH)을 다량으로 적재한 차량이 차선 변경 중 앞선 화물차와 접촉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올해 5월 22일에는 충남 공주시 신충면에서 제1류 위험물질인 염산을 실은 차량이 주행 도중 탱크로리 하부가 파손되면서 4000ℓ가 쏟아지기도 했다.

사고 지역은 경기도가 85건(22%)으로 가장 많았다. 충남(60건), 경북(42건), 경남(38건), 전남(32건), 충북(29건), 인천·전북(각 20건), 울산(19건)이 뒤를 이었다. 부산과 강원에서는 전체의 3%인 13건의 사고가 각각 발생했다. 부산의 연도별 사고 건수는 2020년 2건, 2021년과 2022년 각 3건, 2023년 1건, 2024년 4건이었다. 올해에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위험물질을 적재한 차량은 단 한 번의 사고로도 대규모 재난을 가져올 수 있다”며 “정부는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유사시에 즉각적인 대응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