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질환을 앓아 온 아들의 지속적인 폭언에 시달리다 끝내 자식을 살해한 아버지가 항소심에서도 중형에 처해졌다.

법원 이미지. 국제신문 DB

부산고법 형사2부(박운삼 부장판사)는 22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70대) 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A 씨는 지난 2월 17일 오후 5시8분 부산 금정구 부곡동 길거리에서 아들 B(30대) 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지난 6월 열린 1심 선고에선 징역 13년 판결을 받았다.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아들 B 씨는 부모님과 오랜 시간 갈등을 빚어왔다. 사건 당일에도 부모와 크게 다투며 폭언이 담긴 문자 메시지 등을 보냈다. 더 이상 참기 어렵다고 느낀 A 씨는 흉기를 준비해 아들을 살해했다. B 씨는 군 복무 중 조현병 진단을 받은 바 있다. 전역한 후론 부모님 탓에 병을 얻었다며 수시로 원망감을 드러냈다고 전해졌다. A 씨는 범행 이후 경찰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신고한 뒤 도주했다. 경찰은 긴급 수배령을 내리고 추적한 끝에 벌여 당일 오후 6시45분께 부산역 인근에서 그를 긴급체포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오죽하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하는 심정이지만, 원심이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쳐 불리한 정상과 유리한 정상 모두를 종합해 그 형을 정했고 우리 법원 역시 결론적으로 원심의 형과 같다”며 “피해자가 2021년 말부터 조현병 현상이 심해져 자신의 어머니이자 피고인의 아내에게 폭언하고 욕설한 것은 분명하지만, 흉기를 미리 구입해 범행을 저지른 점 등을 봤을 때 원심의 형이 너무 무겁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