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내부망 “탑승 받지말자” 글
- 단시간에 조회 수·댓글들 급증
- “면접 때도 태워달라 할 것” 옹호
- “야박하다” 지적 등 다양한 의견
- 작년 부산 21건 수송 신고 접수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 아침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진 고사장에 가야 했던 수험생 A 군은 끝내 112신고를 통해 경찰차를 불렀다. 택시를 타고 가던 중 교통 정체로 제시간에 도착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A 군은 경찰차가 도착하자 택시에서 내려 갈아탔고, 경찰은 버스전용도로를 이용해 A 군을 무사히 고사장까지 수송했다.
수능날이면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경찰의 수험생 수송 풍경이지만, 이러한 편의 제공이 ‘경찰 만능주의’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과 ‘경찰 본연의 임무를 저해할 정도는 아니다’는 반대 의견이 경찰 내부에서 교차하고 있다.
12일 국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2026학년도 수능을 이틀 앞둔 지난 11일 경찰 내부망(현장 활력소)에 ‘지각 수험생의 경찰차 탑승 요청을 단호히 거부하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날 오후 1시 기준 이 게시글의 조회수는 1만4500여 회에 달하고 64개의 댓글이 달릴 정도로 경찰 내부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작성자는 “경찰 만능주의 탈피를 위해 지각 수험생의 경찰차 탑승 요청을 단호히 거부하고 택시를 이용해 등교할 것을 안내해야 한다는 글을 올해로 세 번째 올리고 있는데, 이번 수능일부터 우리 경찰은 반드시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생일대의 첫 관문인 수능 시험일 아침에 지각한 만 19세의 성인 수험생을 경찰차에 태워 시험장까지 모셔다드리는 편의 제공 행위가 과연 전 국민에게 칭찬받을 만큼 공정하고 정의로운 일인가? 단연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게시글을 본 경찰은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일부는 “술 먹고 진상부리는 사람들을 밤새 찾아 집까지 데려다주는데, 뭘 그리 야박하게 구느냐” “우리나라에서 수능일은 중요한 날이다. 듣기평가 시간에는 비행기도 못 지나가고 주변 공사도 멈출 정도다. 이런 분위기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경찰이 거부할 수 없다”는 등 작성자 주장에 반대했다.
반면 본연의 임무가 아니라는 이유에서 경찰력을 동원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제시간에 입실하는 것도 시험의 일부다. 미리 시험장에 도착한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본연의 임무에만 충실히 하자” “한 달 전 대입 실기시험에 늦었다며 경찰차에 태워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학부모는 버스전용차로로 달려 달라고 구체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수능 날 태워주기를 반복하면 앞으로 면접과 논술 등 웬만한 대입 전형 과정에 늦은 사람들이 모두 태워달라고 할 것이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해 수능 당일 부산에서 경찰차를 통한 수험생 수송 신고 건수는 모두 21건이다. 그밖에 수험표를 분실했다는 신고는 4건 접수됐다.
경찰 관계자는 “평일 아침에는 112 신고가 많지 않아 수험생을 수송했다고 해서 다른 긴급 신고에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경찰청장이 바뀔 때마다 제공하는 치안 서비스도 조금 달라지기 때문에 일선 경찰들이 예민해할 만한 사항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