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료·후유증 탓 근로능력 상실자 많아
- 부산시, 구·군 의견 받아 지침개정 건의
집단강제수용시설 형제복지원의 피해생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확정판결(국제신문 지난 3월 28일 6면 보도)을 받으면서 배상금 지급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중 일부가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거액의 배상금이 재산으로 산정된 탓인데, 심각한 후유증으로 병원 치료가 필요하거나 근로능력을 상실한 이가 많아 최소한의 복지와 국가배상 실익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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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사상구 옛 형제복지원 모습. 국제신문 DB |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윤모(60대) 씨는 지난 17일 부산 동구청을 방문해 복지 부서 직원과 면담했다. 최근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자신이 제외됐기 때문이다. 애초 생계와 의료급여 등을 받았던 그는 한 달에 90여만 원에 이르는 지원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5월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 약 7억 원에 이르는 배상금을 받으면서 수급 자격을 박탈당했다.
18일 형제복지원 피해자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최근 이렇게 배상금을 받아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제외된 부산지역 등 피해생존자는 2명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형제복지원 사건의 국가 손해배상 확정판결을 내리면서 배상금 지급이 시작된 탓이다. 당시 수용햇수와 후유증 등 개별 상태를 고려해 위자료가 산정됐다. 이후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 지급되자, 기초수급자 재산 산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한 것이다.
피해생존자들은 실익과 후유증 등을 고려해 기초수급자 자격을 유지해 줘야 한다고 말한다. 시설 탈출 후에도 심각한 육체적 후유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려 일은커녕 치료가 시급한 이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선 수억 원에 이르는 거액을 받았다면 기초수급자 대상자는 아니라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영화숙·재생원에도 수용됐던 윤 씨는 허리 질환과 트라우마로 매일 병원에 다니며, 정신건강의학과 약도 매일 복용해야만 한다. 그는 “시설에 오랜 시간 잡혀 있어 글 읽는 법도 배우지 못했다”며 “일을 할 수도 없고 매일 약값도 나가는데 수급 자격을 박탈하면 국가로부터 받은 배상비를 수급비로 바꾸는 셈”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는 수급자격을 바꾸거나 달리 적용할 권한이 없어 피해생존자들의 어려움을 당장 해결하기 어렵다. 시는 16개 구·군 복지 담당자에게서 이러한 의견을 받아 지난달 말 복지부에 지침 개정을 건의했다. 시 관계자는 “진실화해위원회로부터 진실규명을 결정받은 부산지역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중 기초수급자 비율은 51%”라며 “복지부 건의에 앞서 이 통계를 바탕으로 지난달 2일 행정안전부에도 ‘기초수급 자격이 박탈되면 피해생존자에게 사실상 실익이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특례 조항 신설을 검토한다. 앞서 이미 소록도 한센인이 받은 배상금을 재산에서 제외하는 특례 조항도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추진 일정은 아직 없으나 형제복지원 관련 국가 배상금을 재산 산정에서 제외하는 특례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