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전경. 국제신문DB

부산 한 공사현장에서 한국노총 소속 건설기계 장비 업체를 배제하도록 강요한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간부 등 6명이 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한국노총을 ‘어용’으로 부르며 한국노총 소속 업체 장비를 현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시공사와 수급업체 등을 압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12단독 지현경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강요)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건설기계지부장 A 씨 등 간부 6명에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 씨에 징역 10개월, 레미콘지회장 B 씨와 유압크레인 지회장 C 씨에게는 각각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이들 모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유압크레인지회 수석부지회장·부지회장·총괄조직차장 등 3명에게도 징역 4~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모두 같은 지부 소속이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을 보면 A 씨 등 6명은 2020년 한국노총 소속 건설기계 장비 업체를 현장에서 퇴출시키려 했다. 당시 부산건설기계지부 레미콘지회는 임금단체협상을 위해 개시한 총파업에 같은 지부 유압크레인지회가 연대해 레미콘 제조사들과 임금 협상에 성공했다. 그러자 이들은 이 과정에서 방해가 됐다고 판단한 한국노총의 건설기계장비를 부산과 양산 일대 공사 현장에서 철수시키기로 마음먹었다. 피고인들은 당시 한국노총을 ‘어용’이라고 불렀고, A 씨는 조합원 등에게 “부산 시내 어용 장비가 있는 현장을 모두 찾아오라”고 지시했다.

이어 이들은 부산 서구의 한 공동주택 건설 현장의 시공사와 수급업자에게 압력을 행사해 한국노총 소속 유압크레인의 임대차 계약을 해제하도록 압박했다. 그럼에도 계약 해지가 이뤄지지 않자, 이 공사 현장에 레미콘 운송을 중단시켜 피해자들을 협박했다. 결국 공사 지연으로 손실을 우려한 피해자들은 한국노총 소속 업체들의 장비 사용을 중단하고, 민주노총 소속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피고인들은 서구의 또 다른 건설 현장에서 한국노총 소속 업체 장비가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 이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시공사와 수급업자에게 계약 해제를 압박했다. 이들은 수급업자 등 피해자들이 이를 거부하자 집회를 진행하고 레미콘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했다. 이후 피해자들은 한국노총 소속 업체의 장비 철수와 대체를 결정, 이 과정에서 설계 변경을 할 수밖에 없어 약 2억 원의 손해가 발생했다.

재판부는 “범행의 행위와 피해 정도 등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으나 피고인들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피해자 중 1명은 피고인들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을 위해 각 100만 원씩을 각자 공탁(총 2200만 원) 한 점 등 모든 조건을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