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여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안’과 관련, 각계 의견을 듣기 위해 9일부터 사흘간 공청회를 진행하는 가운데 ‘신속한 재판’ 실현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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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9일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열린 사법제도 공청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9일 대법원 소속 법원행정처는 이날부터 사흘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에서 ‘국민을 위한 사법제도 개편: 방향과 과제’ 공청회를 시작했다. 공청회에는 사법부 안팎 의견 수렴을 위해 각계인사와 함께 보수·진보 등 다양한 성향의 발표자와 토론자가 참여한다. 김선수 전 대법관과 하태훈(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전 한국형사정책법무연구원장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날 공청회에선 재판 지연을 해소해 ‘신속한 재판’이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 사법제도 개편의 방향이 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대법관 증원을 반박한 것이다. 첫 번째 세션인 ‘우리 재판의 현황과 문제점’에서 토론에 참여한 한 시민단체 인사는 “사실심 부실과 지연이 ‘진짜 문제’”라며 “대법관 증원은 오진에 기초한 잘못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발표자로 나선 기우종 서울고법 인천재판부 고법판사는 “2010년대 중반까지는 효율성 중심의 사법절차로 민형사 재판의 신속성이 매우 우수한 편에 속했으나, 이후 점차 재판의 속도가 느려져 어느덧 재판 지연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됐다”고 했다. 1심 민사합의 사건의 평균처리기간은 2017년 293.3일에서 지난해 437.3일로 49% 증가했고, 1심 형사합의는 같은 기간 150.8일에서 198.9일로 31% 늘었다. 기 판사는 지연의 원인으로 고난이도·고분쟁성 복잡 사건의 증가, 법관 평균연령 증가로 인한 사건처리 효율성 저하 등을 꼽았다. 해결책으로는 사실심(하급심)의 인적·물적 자원 추가 투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대부분의 사건은 1, 2심(사실심)에서 결정되므로 국민의 사법 신뢰를 위해서는 ‘재판지연 해소’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진 토론에서 공두현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재판 지연 배경으로 2018~2019년 법관임용자격의 법조경력이 급상승하면서 신규 임용이 급감한 점, 2020년대 들어 퇴직법관의 수가 급증한 점을 꼽으면서 “재판지연을 해소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지속적인 법관 증원”이라고 제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인 정지웅 변호사는 “재판지연의 병목 현상은 대법원이 아니라 사실심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정치권에서는 엉뚱한 처방전을 내놓고 있다”며 “대법관 수만 대폭 늘리면 이는 가뜩이나 힘겨운 하급심의 ‘인력 공동화’를 가속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심 재판부는 경력이 짧은 판사들로 채워지고, 재판의 질은 더 떨어질 것이며 불복률은 높아져 상고심 사건은 더 폭증하는 악순환이 불 보듯 뻔하다”고 강조했다.
정 변호사는 이와 함께 여권에서 추진 중인 내란전담(특별)재판부에 대해서도 “특정 정치적 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입맛에 맞는 특정 성향의 판사들로 구성된 재판부를 만든다면 그 재판부에서 내려진 판결을 국민이 ‘공정한 법의 심판’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많은 국민이 사법에 대한 높은 불신을 보여주고 있다”며 “공청회에서 여러 전문가와 시민이 들려주시는 귀한 목소리를 경청할 것이고, 사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찾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