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 전 검사. 연합뉴스

김건희 씨에 ‘이우환 그림’을 건네고 공천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그림 진품 감정을 신청했으나, 국과수가 ‘감정 불능’ 결론을 내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이현복 부장판사)는 11일 김상민 전 부장검사에 대한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신청한 국과수에 대한 진품 감정 촉탁 결과가 9일 자로 도착했다”며 “현재 상태로 감정이 불가하다는 내용으로 회신했다”고 밝혔다.

진품 자체를 보관하고 있지 않고, 감정을 위한 대조군으로 다수의 진품 확보가 필요한데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다. 또 1개의 대조군으로 감정을 진행해도 수개월 이상이 필요하고 정확성도 담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상식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이 화백 작품 진품을 가지고 있는 박물관이나 개인을 수소문해서 감정을 위해 협조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이 방법은 재판의 특성이나 특히 피고인이 구속 상태에서 재판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점에 비춰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 전 부장검사 측은 “특검은 진품을 전제로 해서 기소했는데, 저희가 보기엔 여러 가지 사유로 진품임을 의심할 수 있는 충분한 정황이 있다”며 “특검에서 더 증명을 안 하시겠다면 고미술협회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 절차도 진행 중인데 회신이 오지 않았다”며 “그러나 지금 진품 개연성이 높단 감정과 가품 개연성이 높다는 감정 두 개가 있는데, 거기에 하나 더 붙인다고 해서 크게 의미가 있을까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전 부장검사는 2023년 2월 김건희 씨에게 1억4000만 원 상당의 이우환 화백 그림 ‘점으로부터 No.800298’을 건네며 공직 인사와 총선 공천 등을 청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를 대가로 김 씨가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경남 창원 의창구에 대한 공천 청탁이나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특검팀은 판단한다. 이후 김 전 부장검사는 공천에서 탈락했지만, 총선 넉 달 후인 지난해 8월 국정원 법률특보 자리에 앉았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이 그림에 대해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회와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두 군데에 감정을 의뢰했는데, 양측은 위작 여부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냈다.